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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향 "스포츠 아나운서? 꽃에서 전문인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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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향 "스포츠 아나운서? 꽃에서 전문인으로 진화"

입력
2017.01.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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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 KBSN 스포츠 아나운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최근 연예인 못지 않게 뜨고 있는 직업이 있다. 바로 스포츠 아나운서다. 이들은 스포츠 현장의 열기와 생동감을 목소리로 전달한다. 스포츠 아나운서가 선수들보다 유명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남다른 고충도 있다. 배구 팬들에게 '배구 여신'으로 통하는 이향(27)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시점은.

"2015년 6월 SPOTV에 스포츠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두 달간 교육을 받고 그 해 8월 26일 프로야구 한화-삼성전 리포팅을 하면서 데뷔했다.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로 합격한 것은 같은 해 12월이었다. 2016년 1월3일 첫 출근을 했고 야구와 배구를 맡게 됐다. 아마 종목이 아닌 프로스포츠 아나운서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로 한 계기는.

"드라마보다 스포츠가 훨씬 재미있더라. 스포츠를 좋아한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스포츠는 시간이 쌓여 역사가 되지 않나.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다. 즐거운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25세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다. CF 모델료로 아나운서 학원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부터 사내 아나운서까지 두루 경험했다."

-야구와 배구의 매력은.

"야구는 관망하듯 보는 맛이 있다. 또 프로야구는 역사가 길기 때문에 라이벌 등 스토리도 많다. 특정 시점을 생각하면 그 시절 야구가 떠오른다. 쉽게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이가 들면 자녀들에게 '내가 그 때 거기 있었는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배구는 실내 스포츠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매력이다. 박진감도 넘친다. 배트로 하는 야구와 달리 배구는 신체를 직접 활용한다. 후위 공격 같은 건 정말 멋있다."

-배구 경기 당일의 일과는.

"오전 8시 청담동 메이크업숍에 들른다. 이후 11시에 회사에 출근한다. 오후 2시까지 경기장에 도착해 밥을 먹거나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코트 주위에서 주요 사항을 확인한다. 경기 시각인 오후 5시를 70분 앞둔 시점엔 감독님 인터뷰 녹화가 있다. 경기 50분 전엔 회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물도 올린다. 경기를 본 후엔 최우수선수(MVP)를 인터뷰하고 퇴근한다."

-근무 강도는 어떤 편인가.

"휴일이 많진 않다. 야구 시즌에는 하루도 간신히 쉰다. 배구 시즌엔 다행히 주당 이틀 정도 쉰다.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는 13명 정도 되는데 회식은 자주 한다."

▲ 이향 KBSN 스포츠 아나운서가 벤치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직업적 고충도 있을 것 같다.

"자리를 잡아가는 선배들을 보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하시더라. 스포츠 아나운서가 예전엔 '꽃'으로 비유됐지만, 이젠 하나의 '전문인'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첫 시즌이 가장 힘들다. 종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부분이 어렵다. 특히 야구는 내공이 쌓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긴장감에서 오는 피로감은 있다."

-케이블 채널 스포츠 아나운서의 대우는 어떤가. 퇴사하고 사라지는 아나운서들도 많다.

"이 직업이 생긴지 오래 되진 않았다. 따라서 처우나 고용 형태도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모두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 퇴사하시고 본인의 길을 가시는 아나운서들도 응원하고 있다."

-본인의 경쟁력은.

"'슈퍼루키'라는 자신감은 있다. 주변을 밝게 만드는 긍정의 기운이 장점인 것 같다. 이영표(40) KBS 축구해설위원님처럼 강인하면서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 말이다. 어떤 공간이 나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지면 좋더라.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 긍정의 기운을 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하는 노력은.

"배구 경기를 많이 챙겨 보고 중요한 사항을 짚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서브 하나가 승부를 바꾸었네' 그런 것들 말이다. 집에 있을 때도 배구 중계는 틀어놓는다. 다음날 출근하면 순위, 이슈 등을 체크한다. 스포츠 연수 중이라는 생각으로 배구에 젖어 있으려 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 사이에 세리머니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김세진(43) OK저축은행 감독님이 사전 인터뷰에서 나한테 '할 말 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했다. 순간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말을 나에게 요청하고 그 얘기를 결국 하게 돼 뿌듯했다."

-응원하는 감독, 선수가 있나.

"김상우(44) 우리카드 감독님을 좋아한다. SPOTV 아나운서 시절 첫 인터뷰 코너에서 감독님을 뵀다. 갓 입사한 아나운서로서 15분 간 방송을 이끌어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감독님께선 그때 '가수 벤(26)을 닮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벤을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니 신선했다. KBS N 스포츠로 옮긴 후에도 알아봐주시더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셔서 좋았다. 잘 생긴 외모에 인성까지 출중한 문성민(31ㆍ현대캐피탈) 선수도 좋다. 야구에 이승엽(41ㆍ삼성) 선수가 있다면, 배구엔 문성민 선수가 있는 것 같다."

▲ 이향 KBSN 스포츠 아나운서가 선 채로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롤모델은.

"김석류(34) 전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기에 당시엔 요즘보다 더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길을 개척하신 게 멋있다. 김석류 선배 하면 자연스레 그 시절 야구가 떠오르지 않나. 한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 아나운서로 남고 싶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생각하는 미래는.

"매사에 임할 때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린이날 리포팅을 할 때면 '야구 리포팅을 하는 마지막 어린이날일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이다. 수요가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일을 오래 하길 원한다."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미모란.

"전부는 아니지만,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프로 의식의 일부라 생각한다. 내면도 잘 가꿔야 한다. 스포츠 아나운서의 자질을 100점 만점으로 하면 열정과 노력 등 애정이 60점, 외모가 30점, 성격이 10점 정도 차지하는 것 같다. 연예인과 달리 사회생활을 하면서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완전한 개인주의 마인드로는 힘든 부분이 있다. 성격을 포함시킨 이유다."

-스포츠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진정성이 우선이다. 요즘 스포츠 팬들은 눈이 높고 엄격하다. 척만 해선 안 된다. 정말로 스포츠를 좋아해 직업으로 삼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현재 학생이라면 일단 공채 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기본기를 쌓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후 공채가 뜨면 전형에서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면 된다. 강한 멘탈과 체력도 필수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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