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팅하고 있는 안건휴/사진=정재호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17일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 스케이팅이 열린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사전 경기여서 일반 관중이 많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부모와 코치, 관계자들이 뿜어내는 응원의 소리는 한겨울 추위를 날려버릴 듯 뜨거웠다. 열정과 간절함이 묻어나는 경기장의 분위기 속에 치러진 남자 중등부 3,000m에서 단연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아직 중학생이라고 믿기지 않는 187cm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한국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팅의 유망주 안건휴(16ㆍ양주 백석중학교)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4분14초76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열린 5,000m 경기에서는 3위에 올랐고 지난달 12월 중순에 있었던 제53회 경기도 회장배 초ㆍ중ㆍ고 빙상대회 남자 중등부 5,000m에서는 시합 전 심한 감기몸살로 고생했음에도 7분19초90로 우승했다.
장거리를 잘 탈 수 있는 유망주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안건휴는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꿈나무다. 타고난 체격 조건은 최대 강점이다. 안건휴는 중학생을 넘어 성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스스로 "또래들에 비해 3~4배는 힘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뒷심이 좋다"고 할 만큼 장사다. 성장하면서 상ㆍ하체 근육이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짧은 경력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다. 안건휴는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한지 불과 1년여 만에 지금의 위치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그는 "러시아에 유학생으로 3년간 있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는 이모가 운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시작했다. 공부보다는 운동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웃으며 "그렇게 코치님을 만나서 취미 반으로 하다가 아예 선수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력이 많지 않지만 빠른 시간 내에 치고 올라왔으니까 시즌 끝나고도 방심하지 않고 여름 내내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3월 백석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는 안건휴는 장차 한국의 스벤 크라머(31ㆍ네덜란드)를 꿈꾸고 있다. 크라머는 지난 2010년과 2014년 동계 올림픽 남자 5,0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팅의 괴물로 불리는 선수다. 안건휴는 "장거리 톱인 크라머를 가장 닮고 싶다"며 "이미 신장(실제로는 185cm의 크라머를 넘어섰다)은 똑같다. 로망이 크라머처럼 타는 것이다. 자세랑 체력이 너무 좋다. 네덜란드는 워낙 힘이 좋은 나라다. 힘도 기르고 싶고 그냥 다 닮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한국 선수 중에는 이승훈(29ㆍ대한항공)이 롤모델이다. 안건휴는 "대선배여서 개인적으로는 인사 정도만 드렸다. 이승훈 선배님은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인데 항상 열심히 하신다. 대표팀에서도 열심히 하신다고 들었다"며 그의 성실함을 본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종 목표 역시 이승훈처럼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이다. 안건휴는 "내가 하기 나름인데 지금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굉장히 밝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성격은 미래를 밝히는 또 다른 장점으로 다가왔다.
안건휴를 지도하는 온도윤 코치는 "재작년 겨울에 시작했는데 어떻게 보면 지난해부터 1년 정도를 했다. 가능성은 좋다. 앞으로 얼마나 올라와 주느냐에 달렸다. 연습은 성실히 잘하고 있다"며 "연습 때만 잘 타는 선수가 있는데 안건휴는 긴장하거나 떨고 하는 게 없다. 즐기니까 시합 때 잘 타는 스타일이다. 기록이 나오든 못 나오든 성격이 좋아서 잘 받아들이는 편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크라머로 대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온 코치는 "스피드 스케이팅하기 딱 좋은 체격이다. 자세나 체격 조건이나 유럽 선수들과 비슷하다. 빨리 습득하는 편이기는 하나 아직 경험이 부족해 더 많이 쌓아야 하고 또 직선 자세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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