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병대로 한미훈련에 참가
미군 지휘부 핵심 인사들도 만나
靑 “전략적 외교라인 구축 위해
정식 채널보다 국방 루트 활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맥을 뚫기 위해 해병대가 나선다. 이상훈 해병대 사령관은 다음 주 미 국방부인 펜타곤을 찾아 해병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청와대는 공식 대미 외교채널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해병대 라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지난해 미 합참의장과 해병대 사령관이 한국을 방문한 데 따른 답방 형식으로 이 사령관의 방미와 매티스 장관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령관은 방미 기간 중 매티스 장관을 비롯해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등 미군 지휘부 핵심 인사를 두루 만날 계획이다. 미군의 삼두마차로 불리는 지휘부는 공교롭게도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미군 지휘부를 모두 해병대 인맥이 차지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은 서울과 계룡대로 지휘부가 나뉘어 있는 우리와 달리, 워싱턴 D.C에 있는 펜타곤에 국방부 장관과 부장관, 각군 총장이 모두 모여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령관의 방미 일정도 간소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령관은 매티스 장관을 만나 해병대 인연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3사단에서 병사와 소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의 연합작전에도 수 차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한국에서 근무했는지는 확인 중”이라면서 “포항 등지에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와 연간 20회 이상 연합훈련을 하기 때문에 매티스 장관도 분명 한국에 여러 차례 다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와대의 전략적 포석에 따라 이 사령관의 방미 일정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의 최고 지휘부에는 해병 출신이 여러 명 포진해 있다”면서 “정식 외교채널 외에 군 라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령관의 방미도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새 정부와 외교안보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정식 외교루트보다 국방 루트를 먼저 가동하는 것은 파격적인 조치다. 외교부는 다음 달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한미 관계에서 ‘해병대 역할론’을 내세우는 건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접근 통로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실제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전혀 뜻밖의 인물로 구성했다. 이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조차 아직 매티스 장관과 전화통화를 못한 상태다.
청와대가 해병대 인맥을 앞세운 것은 사실상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2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매티스 장관은 포항에서 상륙작전을 함께 한 전우”라며 “베테랑(퇴역 군인)간에는 끈끈함이 있기 때문에 해병 인맥을 고리로 트럼프 정부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외에도 지난해 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미국 방문 일정을 접어야 했던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정경두 공군참모총장도 조만간 미국에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정부와의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군인간의 유대감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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