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선의 욜로 라이프] 하늘로 솟아라… 맘껏 성내라… 내 엉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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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의 욜로 라이프] 하늘로 솟아라… 맘껏 성내라… 내 엉덩이야!

입력
2017.01.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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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 빼빼 몸매 시대 가고

건강한 ‘애플힙’ 만들기 대세

“엉덩이가 터질 때까지 운동”

쫄바지 패션으로 건강ㆍ자신감 표출

한국인 90%, 엉덩이 납작하고 처져

22일 서울 역삼동 핏엔젤 피트니스센터에서 열린 엉덩이 집중 수업. '건강한 애플힙 로망'을 품은 참가자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지옥을 경험했다. 22일 서울 역삼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열린 ‘엉덩이 폭파시키기 수업’. 엉덩이를 집중 자극하는 동작 연습이 80분 간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무거운 바벨을 어깨에 올린 채 한 발로 서서 하는 스쿼트 100번, 배를 대고 엎드린 뒤 허공을 향해 두 다리를 동시에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 100번, 고양이처럼 엎드려서 한 다리씩 뒤로 차기 100번… 수업을 시작한지 10분만에 엉덩이 근육이 타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피트니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엉덩이를 터뜨린다’ ‘엉덩이를 화나게 한다’는 표현을 지독하게 체감했다. 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면 사과모양 엉덩이가 기다리리라! 결연한 표정의 참가자 10명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면서도 고난도 동작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당당한 애플힙, 자신감의 상징

엉덩이가 수치와 관음의 대상이던 시절은 일찌감치 끝났다. 2017년의 엉덩이는 건강과 자신감의 상징이다. 마돈나의 ‘근육질 팔’과 권상우의 ‘빨래판 복근’은 몸짱들 사이에선 다소 철 지난 유행이 됐다. 남녀를 불문하고 탄탄하게 올라 붙은 ‘브라질 엉덩이’가 대세 중의 대세다. “엉덩이가 멋지시네요?”라는 물음은 “자기 관리 좀 하시네요?”라는 질투 섞인 극찬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젊은 운동 남녀들이 시간, 비용, 노력을 아낌 없이 투자해 가꾼 뒷태를 자랑하는 인증사진들이 넘친다.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은 스포츠 타이즈에 허리까지만 가리는 짧은 상의를 입고 과감하게 거리를 활보한다. 몇 년 전만해도 김연아 선수의 전유물이었던 이른바 ‘쫄바지 운동복 패션’이다. 20~30대 남성 정장바지는 엉덩이 곡선이 드러날 정도로 딱 붙는 스키니핏이 유행이다. “민망하다고? 그건 당신 사정이지. 볼 테면 봐!” 당돌한 당당함이다.

핏엔젤은 여성들의 엉덩이 로망을 읽고 지난해 엉덩이 특화 주말반을 개설했다. 6주마다 회원을 새로 모집할 때마다 정원 20여명이 거의 매번 하루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기자와 함께 22일 수업에 참가한 학생 김효주씨는 “다른 사람들 시선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굴곡 있는 엉덩이와 골반 라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업가 장하라씨는 “가슴이나 배는 의료기술로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지만, 엉덩이는 운동 없이는 절대 건강한 모양이 될 수 없다”며 “요즘 건강미의 척도는 엉덩이”라고 했다. 40대 회사원 국희원씨는 “엉덩이 운동을 시작한 뒤로 무릎 아픈 게 사라졌다”며 “뒷태에 자신감이 생기고 나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만 '뒷태 인증'을 하는 건 아니다. SNS엔 운동을 즐기는 보통 사람들이 엉덩이를 자랑하는 인증샷이 넘친다. 장하리씨 (인스타그램 아이디 hari_ya) 제공 (큰 사진). 전혁기 필라핏스튜디오 대표(인스타그램 아이디 pilaman_) 제공 (작은 사진).

대세는 ‘킬러 커브(Killer Curve)’

왜 엉덩이 열풍일까. 무엇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바뀌었다. 빼빼 마르기만 한 허약한 종이인형 몸매는 더 이상 추앙 받지 않는다. ‘죽도록 굶으며 버텼다’가 아닌 ‘즐겁게 먹고 치열하게 운동했다’를 보여주는 탄력 있고 건강한 몸이 전성시대를 맞은 것이다. 할리우드에선 스칼릿 조핸슨, 비욘세, 케이트 업튼, 케이트 윈슬렛 같은 킬러 커브(Killer Curveㆍ아찔한 굴곡)를 뽐내는 스타들이 주류가 된 지 오래다. 한반도에 상륙한 킬러 커브 로망은 심으뜸, 예정화, 유승옥, 설현 등 뒷태 몸짱들을 스타로 띄웠다.

한국인의 90% 이상이 납작한 ‘ㅁ형 엉덩이’나 아래로 힘 없이 처진 ‘A형 엉덩이’를 갖고 있다. 서양인에 비해 엉덩이 근육이 빈약하고 피하지방은 많은 데다 좌식 생활에 익숙해진 탓이다. 더구나 30대 이후부터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엉덩이 근육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엉덩이의 존재를 꽁꽁 숨긴 헐렁한 바지와 펑퍼짐한 치마가 중년 남녀의 상징이 된 건 실은 자연의 섭리였던 것이다.

박연수 핏엔젤 원장은 “엉덩이가 처지고 납작할 수록 허리는 길고 다리는 짧아 보인다”며 “엉덩이 운동으로 신체 비율과 옷맵시를 눈에 띄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혁기 필라핏스튜디오 대표는 “남성들이 어깨, 팔뚝, 허벅지 등 상ㆍ하체를 아무리 키워도 엉덩이를 소홀히 하면 균형이 맞지 않아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빈약한 엉덩이는 남성들의 고민. 어꺠와 팔뚝, 허벅지를 아무리 키워도 엉덩이가 납작하면 몸짱이 될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엉덩이, 파워 하우스

엉덩이는 바른 자세와 장수의 열쇠이기도 하다. 순간적으로 내는 폭발적 힘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 모두 엉덩이에서 나온다. 야구와 단거리 육상,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이 왜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키우는지, 엉덩이 근육이 별로 없는 노인들이 왜 자주 넘어지고 허리가 굽는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어은실 우송대 스포츠재활학과 교수는 “엉덩이가 탄탄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척추가 무너져 디스크에 걸리기 쉽고, 발목과 무릎 힘도 제대로 쓸 수 없다”며 “때문에 프로 운동선수들이 허리나 다리 부상을 당하면 부상 부위는 놔두고 엉덩이 재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어 교수는 “좌우로 벌어지거나 퍼지지 않고 뾰족하게 솟은 모양에 좌우 옆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엉덩이가 건강하고 이상적인 엉덩이”라고 꼽았다.

문제는 엉덩이 근육이 상ㆍ하체 근육에 비해 단련하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 결국 인내와 노력만이 애플힙으로 가는 정도(正道)다.

'엉밑살'이라 불리는 엉덩이 하부 근육을 키우는 ‘힙 익스텐션 동작’을 배운 필자. 단 열 번 만에 엉덩이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 다음은 전문가들이 알려준 일생상생활 속 애플힙 만들기 노하우.

① 오래 앉아 있는 것은 독(毒)이다. 엉덩이는 푹신한 쿠션이 아니다.

② 선 채로 엉덩이를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쓸어주며 마사지해 수시로 근육을 풀어준다.

③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서서 발 뒤꿈치 들기나 계단 오르기라도 한다.

④ 엉덩이에 늘 힘을 준다. 엉덩이 좌우 두 쪽을 하나로 모은다고 생각하면 쉽다.

⑤ 의자나 바닥에 철퍼덕 앉는 것은 금기다. 엉덩이를 뾰족하게 만든다는 느낌으로 꼿꼿하게 앉는 버릇을 들여라.

⑥ 엉덩이 크기에 집착하자 말자. 탄력이 먼저다.

⑦ 엉덩이는 자극을 느끼기 어려운 부위다. 정확한 자세를 잡지 않으면 엉뚱한 부위만 커진다.

⑧ 짠 음식과 꼭 끼는 스키니진을 되도록 피하라.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 집에서 할 수 있는 엉덩이 운동법 (좌우 16번 이상 반복)

①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발끝을 골반 높이까지 올렸다 내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평을 유지한다. (윗엉덩이 공략) ② 배에 힘을 주고 허리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높이까지 무릎을 올렸다 내린다.(아래엉덩이) ③ 두 발을 골반 넓이로 벌리고 서서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을 늘리며 상체를 90도로 숙인다. (아래엉덩이와 허벅지뒤쪽) ④ 들어올린 다리의 발이 아닌 무릎 안쪽을 골반과 수평 높이로 올렸다 내린다. (윗엉덩이) 사진=왕태석 기자, 도움말ㆍ모델=핏엔젤 박연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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