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일자리 주면 내 신장을 기증하겠다.”
새해 들면서 새삼 떠오르는 말이다. 몇 년 전 해외토픽으로 화제를 모은, 이탈리아 어느 어머니의 호소였다. 당시 그녀는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청년실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실직한 아들에게 일자리를 달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렇게 토로했다.
아마도 배고픔이 절박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빵을 가진 사람들에게 함께 살자고 외쳤는지 모른다.
물론 실직했다고 해도 당장 굶을 정도는 아니어서 아침에 갈 곳이 없어진 아들의 사회적 고립감을 더 염려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슬로우(Maslow)가 말하는 생존욕구 차원에서 본다면 ‘먹어야 할 빵’이 ‘들어야 할 진리의 말씀’ 보다 우선일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탈북자들이 전하는, 우리의 이웃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심각하다. 장마당을 떠돌아다니는 꽃제비는 차라리 행복한 것이란다. 영양실조로 움직이지 못해 집에서 누운 채로 굶어 죽어가는 아사자가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쪽의 빈곤도 마찬가지다. 최근 최순실 사건으로 사회 계층간의 불평등과 빈부갈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동안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탓인지, 최순실과 그의 딸과 조카, 지인들이 벌인 부정청탁과 이권 챙기기는 국민들에게 경제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아들의 일자리를 위해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흙수저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딸을 위해 수십억원의 승마 사육자금을 거두어들이는 금수저 어머니가 있으니 말이다.
“함께 살아가는 퇴직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
필자가 6년전부터 친지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실천 과제다. 노인층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일 할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고, 홍익인간 정신을 살려 행복공동체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의 확산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민생 차원에서 화합의 촛불을 들고 싶었던 것이다.
30년 전에 실시된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1986)를 보면 빈부 소득격차를 묻는 질문에서 “아주 심각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0%, “조금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0%였다.
3년 후(1989년) 실시된 또 다른 조사에서는 불만족 비율이 더 올라갔다. “아주 심각”이 67%, “조금 심각”이 29%로 나타나 전체 96%가 빈부 불평등을 지적했다.
지금 조사한대해도 그 같은 응답 비율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필자가 자그만 회사 하나 만들어 놓고 행복공동체를 실현해보겠다고 다짐해본들 “그래서 사회가 변하겠느냐?”고 코웃음 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필자와 친지들은 부자와 빈자 모두가 공동체 정신으로 회귀하자는 촛불을 계속 들고 갈 것이다. 너와 내가 함께 유익해야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의 실천이 행복공동체를 위한 우리 시대의 과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보수와 진보가 화합하지 못하는 것, 경제적 부자가 빈자에게 갑질 행위를 하는 것 모두가 너와 내가 다르다는 차별의식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성숙한 공동체정신을 통해 2017년 우리 사회에서는 “아들에게 일자리 주면 내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극단의 외침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