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독도. 일본이 주변국과 영유권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는 곳들이다.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는 중국이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센카쿠에는 영유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논란 자체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일본은 반대로 북방영토를 두고는 “2차 대전 이후 소련군이 (일본)주민을 내쫓고 강제로 점거한 땅”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영유권 문제로 가장 힘을 쏟는 곳이 북방영토이기도 하다.
이 두 곳에 비하면 일본 내 독도 문제는 관심의 대상에도 들지 못한다. 일본 본토와 70㎞ 거리인 오키섬에서 다시 서쪽으로 157㎞를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독도는 일본인에게 낯선 공간인데다 정서적 교감을 나눌 소재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독도문제가 일본 내에서 관심을 끄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고교생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겠다거나, 아베 신조 총리가 독도 관련 행사에 정부 관료를 파견시키겠다고 발표할 때다. 대다수 내용은 일본 내에서 별다른 관심 없이 묻히지만 한국측이 외교적인 문제로 삼고, 일본 언론이 한국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일본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 일시적인 관심으로 그칠 뿐 반향은 미미하다.
또 다른 패턴은 한국측이 독도문제를 일본과의 또 다른 외교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겠다며 독도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기도 의회가 최근 위안부 문제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을 독도에 설치하자며 모금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에 속한다.
위안부 문제에 독도를 끌어들였을 때의 파급효과는 전자의 패턴에 비해 훨씬 폭발적이다. 문제는 그것이 한국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본에 있어 부(負)의 유산인 위안부 문제는 외부세계에 알리지 않고 묻어버리고 싶은 진실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꼼수로 대응하는 것이 일본 보수 우익세력의 표심을 붙잡을 방편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일본이 굳이 다시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자는 의미로 ‘최종’‘불가역’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측이 제 아무리 외교적 문제의 종결을 선언해도 일본 정치권에서 위안부를 부정하는 말이 나오는 순간, 불가역의 유효기간도 끝난다.
반면 독도 문제는 위안부와는 전혀 이질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실효적 지배는 물론 국민적 정서의 교감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절대적 우위권을 갖고 있다. 굳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현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스스로 독도 문제를 외교문제로 삼겠다는 생각은 하수 중의 하수다.
요약하자면 독도는 논란의 여지를 만들 필요가 없는 문제이고, 위안부는 일본의 만행을 널리 알려 진정 어린 사죄를 받아내야 하는 문제이다. 그 만큼 각 사안별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두 문제를 함께 엮으면 일본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경기도 의회로서는 활용해볼 만한 카드라는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코 긍정적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당장 일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를 문제 삼아 몽니를 부리고 있다.
각계의 부정적 반응에 경기도 의회는 모금 주체를 민간으로 바꿔 추진하겠다는 수정된 계획을 내놓았다. 도의원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는 법적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인 듯 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독도 영유권을 알리는 선봉장에선 경북도 의회가 반대하고 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조차 내켜 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소녀상을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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