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겠다며 휴직을 신청하는 ‘아빠’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로, 중소기업 남성 근로자들에게 육아 휴직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의 수가 전년 대비 56.3% 증가한 7,616명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남성 육아 휴직은 2013년 2,293명, 2014년 3,421명, 2015년 4,872명 등 해마다 50%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육아 휴직자(8만7,339명)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5.6%에서 8.5%로 크게 상승했다.
육아 휴직은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최대 1년간(부모 합산 2년) 휴직하며 고용보험에서 통상임금의 40%(최대 100만원, 최저 50만원)를 지원 받는 제도다.
‘아빠의 달’ 제도 이용자 수도 2,703명으로 전년(1,345명) 대비 두 배 가량 늘었다.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 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 휴직급여를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남성이 주로 두 번째 사용자가 된다는 점에서 남성 육아 휴직 촉진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남성 육아 휴직은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 중심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남성 육아 휴직자가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에서도 300인 이상 대기업이 64.9%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68.1%(5,191명)가 집중됐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자는 전년 대비 33.9% 늘어난 2,761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사용자는 378명으로 전년(170명)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육아 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 여성이 임신기에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방안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현행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3회에 걸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남성 육아 휴직의 증가는 여성의 경력단절 및 육아에 도움을 준다”며 “기업에서 아빠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캠페인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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