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55)의 중국 공연이 취소됐다. 한국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점화된 중국의 한한령(한류금지령)이 클래식계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수미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자신의 계정에 중국 투어 공연 취소 소식을 직접 밝혔다. 그는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국가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다음달 19일부터 중국 광저우(廣州)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에서 차례로 공연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공연이 무산됐다. 중국 현지 오케스트라의 초청이 이뤄지는 경우 초청 측은 중국 정부에 출연자 초청 의사를 밝히고 정부에서 초대장(invitation letter)을 발급받는다. 이후 당사자가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는 단계를 거친다. 조수미 측은 초대장 단계부터 가로막힌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연을 함께 하기로 했던 세 곳의 현지 오케스트라는 22일 조씨와 공연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중국 SNS인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알렸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세 공연은 모두 중국인 소프라노와 지휘자로 교체됐다.
3월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조수미에 앞서 비자 발급을 거부 당해 공연계 한한령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수미의 소속사 SMI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숱하게 중국 공연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사드 문제를 중국과 우리나라 정부가 풀기 전에는 문화계 전반에 퍼진 한한령을 해결할 수 없어 아티스트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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