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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자리 정책, ‘그 밥에 그 나물’ 넘어서기

입력
2017.01.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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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선국면이다. 출사표를 던지는 대권주자들이 강조하는 공통주제가 있다. 바로 일자리 문제다. 너도나도 자신이 일자리 문제의 해결사임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음을 반영한다.

허나 여러 후보들의 주장과 논의를 보면, 아직까지는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겠다, 정부부처들이 실행하는 정책들마다 고용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며 고용친화적 행정을 펴겠다,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정책은 직접 챙기겠다 등… 따져 보면 지난 시기 정권의 성격을 초월해 대충 다 논의된 방책들이며 일부는 어느 정도 실행도 된 것들이다. 흔한 말로 그 밥에 그 나물인 것이다.

일자리 개혁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뜨겁고 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기민함에도, 왜 이 시점에서 정작 참신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을까? 혹시 개별 후보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 그리고 정책계 및 연구계가 일자리 정책을 인식하고 풀어내려는 접근 방식에 한계가 있는 건 아닐까?

일자리 정책은 노동경제, 노사관계, 인적자원관리 그리고 사회정책 등 다양한 사회과학적 분과학문들이 복합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일종의 융합학문적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것은 대개 노동경제학적 시각에서 주로 다루어 왔으며, 정책수단의 강구 역시 그러한 시각에 기반한 추상화된 수량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시간을 몇 시간 줄이면 일자리가 몇 개 늘어나고, 정부 정책 결과 비정규직 일자리가 몇 개 줄었다는 식이다. 이 역시 반드시 필요한 바지만, 지금의 복잡한 상황은 여기에서 한참 더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현재의 문제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일자리 자체에 대한 요소분해와 재조합이 필요하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당(對當) 구조를 기정사실화한 채, 후자를 없애고 전자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그것은 현재 존재하는 정규직 일자리의 모순성과 정규-비정규직 공존관계의 시대특수성을 간과한 채 맹목적정규직 찬양론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의 정규직은 과연 어떤 측면에서 얼마나 좋은 일자리인가? 한국의 비정규직은 얼마나 나쁜 일자리이며, 왜 그러한 일자리가 현실에 자리하게 되었는가? 이런 식의 보다 분석적질문과 접근이 필요하다. 이른바 ‘정규직의 과잉성’과 ‘비정규직의 결핍성’의 실체는 어떠한 요소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지 보다 더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새로운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과연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가?’, 인구와 산업구조의 변동을 반영한, ‘그것의 최적화된 사회적 배분은 어떠해야 하는가?’라고 하는 보다 본질적 질문으로 나아가게 한다.

좋은 일자리의 시각을 취하면, 한국의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 임금, 근로시간, 고용, 복지, 경력개발 등 일자리에 결부된 다양한 요소들과 그들의 결합양태를 점검해, 실현 가능한 재조합을 모색해야 한다.

새롭게 정의한 좋은 일자리를 노동시장 전체에 어떻게 배치시킬지도 쉽지 않은 정책주제다. 이는 단순히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특히 노동시장의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조직화된 노사 이해당사자들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합의를 해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일자리 정책의 뒷면에는 노사관계 정책이 존재한다.

이렇게 보다 분석적이고 복합적인 시각에서 일자리 문제를 논구하고 참신하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에 걸맞은 싱크탱크 환경의 재구축과 강화도 필수적이다. 당장 이번 대선에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진정 국민에게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파격적 정책개발과 구현이 대선 이후까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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