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민간보다 상대적 저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늘린
11ㆍ3대책 영향도 덜 받아
서울 오금 등 잇단 청약 흥행
회사원 김모(36)씨는 10여년 전인 대학생 때부터 매달 10만원씩 청약 저축을 붓기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로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를 겨냥, 차곡차곡 청약인정금액을 쌓아 1,380만원을 모았다. 김씨는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투자가 아니라 실제로 거주하려 생각하고 있는 만큼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올해부터 공공분양 공고가 나올 때마다 청약을 넣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공공분양 아파트의 청약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분양가가 민간분양보다 싼 데다가 전매제한 기간을 늘린 11ㆍ3부동산대책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공공분양이더라도 분양가가 합리적인지 등은 꼼꼼히 따져 볼 것을 당부했다.
24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3일 마감된 서울 송파구 오금지구의 공공분양 ‘서울오금1단지’ 1순위 청약에선 65가구(59㎡ 12가구ㆍ84㎡ 53가구) 모집에 무려 3,502명이 몰려 평균 53.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59㎡형의 경우 1,275명이 청약신청을 넣어 경쟁률이 106.25대 1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청약에 나섰던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자연앤 e편한세상’(184가구 모집ㆍ23.40대 1), 세종 e편한세상 푸르지오(291가구 모집ㆍ27.91대 1) 등에 이어 공공분양 흥행몰이가 계속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11ㆍ3대책의 반사 효과로 공공분양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1ㆍ3대책은 부동산 투기 과열 양상이 나타난 수도권과 지방 등 총 3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정해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한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와 경기 과천의 경우 민간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종전까진 분양을 받은 후 6개월에서 11ㆍ3대책 후엔 소유권이전등기(입주)까지로 늘어났다. 공공분양 역시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이 기존 1년에서 입주 때까지로 연장됐지만 11ㆍ3대책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청약을 받은 뒤 분양권을 팔 수 없는 전매제한 기간이 민간보다 길었던 게 공공분양의 최대 단점이었는데 11ㆍ3대책 후 이러한 단점이 상쇄됐다”며 “일부 지역에선 공공ㆍ민간분양의 전매제한 기간이 사실상 같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공공분양의 인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기 고양 지축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성남 고등지구, 남양주 다산진건지구(B3 블록) 등 공공분양 단지들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과 세종시의 공공분양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고양시는 최근 아파트 공급이 많았고 경기 서북부보단 서울 강남 접근성이 용이한 경기 동남부 인기가 큰 만큼 남양주ㆍ성남 등에 청약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LH 관계자는 “3월 중 확정된 올해 공공분양 일정을 공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분양 청약을 위해선 자격요건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이나 청약저축 가입자 중 분양 공고일까지 무주택자만 청약을 넣을 수 있다. 같은 1순위 청약자라도 무주택 기간과 저축 총액이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부터 산정되며, 그 이전에 결혼한 경우엔 혼인신고일부터 무주택기간으로 계산된다. 전용면적 85㎡ 주택은 청약저축에 가입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지만 전용면적 60㎡ 이하는 가구 소득, 부동산 자산 등에 따라 신청자격이 제한된다. 전용면적 60㎡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에 청약하려면 무주택자이면서 월 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3인 가구라면 481만원)여야 하고, 자산기준(부동산 2억1,550만원ㆍ자동차 2,767만원 이하)도 충족해야 한다.
공공분양 아파트라고 분양가가 무조건 저렴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서울오금1단지의 경우 59㎡형이 4억8,478만원, 84㎡형이 6억1,791만원에 달했다. 반면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자연앤 e편한세상 84㎡형은 3억3,794만원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당첨된 뒤 취소할 경우 해당 청약통장의 효력이 사라지는 만큼 청약에 넣기 전 소득ㆍ부채 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부동산 매매 방법은 시점을 잡느냐, 지역을 잡느냐로 나뉜다”며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매매 시점과 향후 개발가능성 등을 잘 살펴 청약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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