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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꿈 있나 없나…시비 부르는 황교안의 ‘안개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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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꿈 있나 없나…시비 부르는 황교안의 ‘안개 화법’

입력
2017.0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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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가능성 전혀 없다”더니

신년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그런 생각 할 상황 아니다” 여운

“국정 공백 와중에” 비판 목소리

광폭 행보 속 신년회견 비판 바른정당에 항의전화 파문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초반 지지율이 주춤한 가운데 보수 진영에서 대안 카드로 황 권한대행을 거론하면서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황 권한대행이 이제는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하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낙마 사태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권 도전에 나서는 행보는 국정혼란을 부채질하는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황 권한대행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뒤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고 어려운 국정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율 상승도 “저와 직접 관계가 없다”고 얼버무렸다.

황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안보와 민생, 경제를 올해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안보와 관련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필수 방어수단으로 조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미국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과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소통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의 기자회견을 두고 여야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이 황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으며 호평한 반면, 야권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멈추라고 힐난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황 권한대행은 국가 위기 극복과 국정 안정 의지를 살려 국내외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추켜세웠다. 반면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했고,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권력에 취한 대통령 코스프레에서 깨어나 본인의 정치적 책임부터 자각하라”고 질타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 또한 “황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고 오로지 민행 현안에만 집중하길 촉구한다”고 쓴소리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이 장 대변인의 브리핑에 불만을 표하는 전화를 직접 걸자 장 대변인은 “‘나에 대해 이렇게 대응할 것인가’라며 꾸짖듯 말했다”는 폭로성 반박 브리핑을 내기도 했다.

현행 헌법이나 선거법에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자체를 금지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 사퇴하면 된다. 당내 경선에 도전하는 데에도 특별한 제재 규정은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거법 규정과 함께 최근 보수 진영의 상황을 황 권한대행의 미묘한 행보를 설명하는 근거로 든다. 황 권한대행이 범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인 반 전 총장의 낙마라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 몸을 풀고 있다는 관측이다. 황 권한대행은 앞서 ‘청년과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고 민생현장 방문 등 하루에 4∼5건의 일정을 소화하는 광폭 행보를 계속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도전한다면 탄핵국면에서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이 직을 내팽개치고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 당장 권한대행의 직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권한대행을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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