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3일 열린 8차 변론에서 다음달 7일에도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다. 헌재는 추가 증인 채택 여부는 다음 변론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혀 증인신문이 더 연장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박 대통령 측이 이날 변론에서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한 데 기인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 신청은 탄핵 심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임에 분명하다. 신청된 증인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뿐만 아니라 기업 관련 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구속된 인사들은 직접 부르는 대신 진술서로 대신할 수 있으나 박 대통령 측은 “증인 신문이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고 헌재는 이를 수용했다. 기업 관련 증인들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할 듯한 사람들도 증인 신청을 하느냐”는 헌재 재판관의 지적처럼, 심리를 늦추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선고가 늦어질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 심판이 장기화할수록 잃었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음직하다. 무엇보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의 상실을 본능적으로 우려할 개연성이 높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2월 말인 특검 활동 종료 전에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이 소추를 전제로 한 강제수사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꺼린 때문이리라. 그러니 탄핵 심판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관련되는 증인을 한꺼번에 신청해 놓고 보자는 식이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조차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불출석한 예에 비추어 노골적 시간 끌기다.
국가 최고지도력 공백에 따른 정국 혼란은 이미 심각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경제와 외교 등 모든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으로 안보마저 불안하다. 서둘러 탄핵 국면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자신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생각보다 자신이 정치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힌 듯하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만 있어도 헌재의 조속한 심판에 협조해 마땅할 터이다.
헌재도 탄핵 심판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뻔히 속이 보이는 요구를 일일이 받아들일 게 아니라 과감히 차단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지금은 미증유의 역사적 국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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