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의료를 달린다] <중>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고령화로 만성질환 관리와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가 더욱 중요해졌다. 마침 올해 의학 키워드는 ‘정밀의료’다.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다양한 환자 정보를 토대로 각자 몸에 꼭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다. 100세 시대를 맞아 오래 건강하게 살게 해주는 정밀의료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가장 많은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개원한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 특성에 꼭 맞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실현을 위한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에게 ‘한국형 정밀의료’ 개발과정을 들어보았다.
-먼저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을 소개한다면.
“3개 연구소와 8개 센터를 이뤄진 우리 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민간이 주도한 바이오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지요.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산ㆍ학ㆍ연 연구기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 캠퍼스 내에서 기초-중개-임상 연구가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연구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미국 다나-파버 암센터, 미네소타대 줄기세포연구소, 파스퇴르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현대중공업 등 20여 국내ㆍ외 연구소와 기업 등을 우리 연구원에 입주시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죠.
이런 노력의 결과로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선정하는 ‘2016 국내 바이오 분야 연구성과 및 뉴스’ 의과학 부문 톱 5개 부문 중 3개 연구팀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상욱 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로 생쥐 유전자 편집 성공’), 권미나 융합의학과 교수팀(‘장내 바이러스의 크론병 억제’ 발견’), 이창환 의생명과학교실 교수팀(‘폐암 조기 진단 가능한 새로운 폐암 유발 단백질 발견’) 등이 그 주인공이지요.”
-현재 진행 중인 ‘정밀의료’ 주제는.
“‘개인 차(individual variations)’를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정밀의료의 핵심이죠.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와 신체 특성, 생활습관을 반영한 치료가 궁극적인 목표죠. 우리 연구원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유전체와 신약 연구, 세포치료 연구,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연구 개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연구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죠.”
-유전체와 신약 연구는 진행 상황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기능과 활성조절 메커니즘을 밝혀 암 진단 바이오마커와 표적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개별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효과적을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컨대 서울아산병원 맞춤암치료센터와 함께 차세대 시퀀싱(NGSㆍNext-generation sequencing) 유전체 분석기술을 진료현장에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특수 배양한 암세포로 일종의 인공 장기)를 제작해 항암 효과를 시험하고 있죠. 환자 별로 치료효과가 높은 항암제를 꼭 집어 선택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정밀치료가 가능해진 거죠. 우선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5대 암(간암 위암 대장암 폐암 췌장암)의 오가노이드 바이오뱅크를 구축해 한국인 암환자에게 안성맞춤 치료를 할 것입니다.”
-세포치료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줄기세포와 항암면역세포 치료를 위해 미국 미네소타대 줄기세포센터, 오리건보건과학대 미탈리포프 박사팀과 공동 연구하고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유전자편집세포 등 세포 치료와 함께 미토콘드리아유전병 치료를 위한 세 부모 아기 연구 분야에 매진하고 있죠.”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도 개발한다는데.
“수술하기 전 시뮬레이터에서 실제 수술할 때 절제하는 부위를 알려주는 수술용 가이드를 이미 개발했습니다. 또한, 환자 몸 속에 이식할 수 있는 임플란트 형식의 맞춤형 의료기기도 개발에 나서고 있죠. 최근 각광 받고 있는 3D프린팅 분야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3D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3차원 형상의 다품종으로 소량 제작하는 게 장점입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이미 유방보형물과 유방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수술 가이드를 만들어 임상에 적용하고 있죠. 맞춤형 수술 가이드가 만들어져 유방암 수술을 더욱 정밀하게 할 수 있게 됐고 재발도 줄일 뿐만 아니라 유방을 불필요하게 크게 잘라내지 않아도 되게 됐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서울아산병원에는 하루 외래환자 1만2,000여명이 찾고, 매년 6만 명 넘게 수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빅데이터를 토대로 개인에게 맞춘 건강 솔루션을 제시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도움 주는 ‘의료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폐암을 진단하는 프로그램, 뇌전증(간질) 발생 지점을 예측하는 생체지표를 찾는 프로그램, 유방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암 재발가능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등입니다. 인공지능(AI)도 무척 중요한 분야입니다. 산업부와 민간에서 100억 원을 지원받아 AI형 의료영상 관리와 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X선, CT, MRI 등 의료 영상은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비정형 데이터라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의료영상이 AI와 융합하면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크게 도움될 것입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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