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가 퇴직 공무원을 유관기관 등에 재취업시키는 해묵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연말 명예퇴직한 서기관 5명과 사무관 1명을 관내 산업단지 등 유관기관에 재취업시키기로 했다. 시는 이들이 후배의 인사 적체 해소 등을 위해 용퇴한데 따른 배려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관기관 관리자 자리가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 자리로 전락하면서 관피아 논란과 함께 이제는 비정상적인 관행에서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설립한지 최고 20년이 넘은 천안시내 산업단지 관리소장 등 자리는 단 한 차례도 일반인에게 자리를 내어준 적 없다. 공무원들이 철옹성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천안시내 7개 산업단지 관리소장은 모두 명예퇴직한 고위 공무원이 독차지하고 있다. 시는 연초 퇴직한 전 동남구청장 A씨를 제3산업단지 관리소장으로, 맑은물사업소장을 지낸 B씨는 천안시기업인협의회 사무국장으로 내정했다.
또한 서북구청장을 지낸 C씨는 제4산업단지 관리소장, 전 도시건설사업소장 D씨는 제5산업단지 관리소장, 전 서북구보건소장 E씨는 제2산업단지 혁신사업협력단장으로 각각 내정했다.
충남도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과 함께 취업 승인을 요청한 이들을 대상으로 늦어도 다음 달 중순쯤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 공직자윤리위는 이들의 취업과 관련, 퇴직 전 5년의 보직에 대해 취업을 희망하는 기관과 단체 간 업무 연관성을 확인해 가부를 결정한다.
취업심사를 신청한 5명 가운데 A씨는 2015년 말까지 산업단지를 총괄하는 산업환경국장을 지냈다. B씨는 2014년까지 기업지원과에 근무해 이들에 대한 업무 연관성 심사 결과가 주목된다.
시민 강모(35)씨는 “대부분의 민간기업체 직원들이 이른바‘사오정’이란 현실 앞에서 떨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자치단체에서 고위직을 지낸 뒤 명예퇴직금까지 챙기고 다시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에 사실상 낙하산으로 취업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고위 퇴직공무원을 산업단지 관리소장으로 내보내는 것은 선출직 시장의 측근 인사 수단이자 낙하산 인사로 비춰질 수 있고, 시대 변화에도 걸맞지 않는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이후 산업단지 발전을 위해 민간 인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만큼 산단 관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30년 간 재직했던 고위 공무원들은 산업단지 입주 기업과 천안시의 가교 역할이나 민원 해결 등에 적임자”라며 “후배 공무원을 위해 정년을 1년 이상 앞두고 명예퇴직한 입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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