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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갑자기 반토막 난 설 계란 공급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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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갑자기 반토막 난 설 계란 공급물량

입력
2017.0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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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성수기를 맞아 계란 4,800만개를 집중 공급하겠습니다.”

설 연휴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전, 정부가 깜짝 놀랄 계란 수급안정 대책 자료를 내놨습니다. 명절을 맞아 계란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22~26일 사이 하루 약 1,000만개씩 총 4,800만개의 계란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알을 낳는 산란계만 해도 2,323만 마리나 살처분됐는데, 갑자기 계란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걸까요.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잔뜩 부풀려진 거였습니다. 실제로 이날 AI 방역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정부가 밝힌 계란 추가공급 물량은 2,200만개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양계협회 회원농가 물량 494만개, 농협 중앙회 및 양계농협 물량 358만개, 수입 신선란 684만개에 방역대(AI 발생지 반경 3㎞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반출되는 계란 700만개를 모두 합쳐도 4,800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설 연휴 전 ‘10일 간’의 계획 물량이 단순 착오로 잘못 발표됐다. 이번 주 풀릴 물량은 2,200만개가 맞다”고 말입니다. 계란 값이 평년 대비 1.5배를 웃도는 상황에서 마법같이 내 놓은 공급 물량의 배경이 고작 ‘실수’였다니요.

마침 정부가 해외에서 계란을 직접 수입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앞서 농식품부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설 이전에 계란을 직접 수입해 300톤을 유통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설 직전에 와서 민간업체가 들여온 계란 50톤을 민간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팔겠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나머지 250톤은 민간업체와의 계약 문제로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둘러댔습니다.

계란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영양식품입니다. 정부의 안일한 방역 대책 탓에 많은 이들이 ‘계란 없는 차례상’까지 각오하고 있는 요즘, 잔뜩 부풀린 공급물량만 서둘러 강조하려는 모습이 왠지 서민들의 고통에는 무감한 듯 여겨지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요.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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