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6200억원에 지분 51% 매입
반도체 종합소재 기업 도약 준비
LG는 사업구조 재편할 자금 마련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전문 기업인 LG실트론을 전격 인수했다. 2015년 11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던 SK㈜는 LG실트론까지 품에 안으며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부문의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LG실트론은 반도체를 만드는 기본 재료인 실리콘웨이퍼 제조 기업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6,212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LG실트론은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ㆍ판매하는 기업으로 300㎜ 웨이퍼 분야 시장 점유율 세계 4위 업체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본, 독일의 일부 기업만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다. LG실트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에 웨이퍼를 공급해왔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에 따른 반도체 미세화와 3D 낸드 반도체의 공급 확산 추세에 따라 반도체용 웨이퍼 산업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후 에너지, 통신과 함께 반도체 부문을 키워 온 SK그룹은 2015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 세계 1위 업체로 인수 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매출은 약 4,6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는 이후 제품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SK에어가스를 인수했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업체인 트리켐, 쇼와덴코와 합작해 SK트리켐, SK쇼와덴코를 각각 설립했다.
SK㈜ 관계자는 “LG실트론 인수로 글로벌 반도체 종합소재 기업으로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LG실트론을 매각한 자금으로 실탄을 확보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LG그룹이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LG카드(현 신한카드)와 LG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넘긴 2003년 이후 14년만이다. LG 관계자는 “주력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실리콘 웨이퍼 사업을 매각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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