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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시간 눈 먹으며 버텼다” 추위ㆍ어둠 뚫고 기적의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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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시간 눈 먹으며 버텼다” 추위ㆍ어둠 뚫고 기적의 생환

입력
2017.01.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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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눈사태 호텔서 11명 구조

5일째 강아지 3마리도 구출

실종자 20여명 수색 작업 박차

이탈리아 구조대가 22일 눈사태로 매몰된 리고피아노 호텔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린돌라=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구조대가 22일 눈사태로 매몰된 리고피아노 호텔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린돌라=EPA 연합뉴스

눈사태로 무너진 이탈리아 중부의 한 호텔 잔해 속에서 눈과 얼음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온 11명이 최장 58시간을 버틴 끝에 생환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재난 발생 5일째 강아지 3마리도 구출되면서 실종자 20여명에 대한 수색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규모 5.3 지진과 잇따른 눈사태로 인해 이탈리아 아브루초주 산간 마을에 위치한 4층 규모의 리고피아노 호텔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투숙객 등 30여명이 건물 잔해와 눈더미에 파묻혔다. 악천후와 교통두절로 구조대의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와 배고픔을 한없이 견뎌야 했다. BBC는 “사고 다음날 2명만이 구조됐지만 20일 5명, 21일에 4명이 추가로 생환하는 등 기적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생존자들의 생명을 연장해준 것은 다름 아닌 에어포켓(잔해 속 공기주머니)과 호텔을 산산조각낸 눈과 얼음이었다. 사고 58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조르지아 갈라씨(22)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먹을 수 있는 게 얼음뿐이었지만 이걸로 갈증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태 당시 연인과 호텔 로비에 있었던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졌고 암흑 속으로 떨어졌다”며 “잔해 밖에서 인기척도 나지 않아 두렵기 짝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죽음을 마주한 순간에도 생존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갈라씨는 “노래를 부르며 두려움을 이겨냈고, 누군가는 반드시 구조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해 계속해서 소리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5일째인 23일에는 강아지 3마리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무려 12만 톤의 눈더미가 시속 100㎞의 속도로 쏟아져 내리며 붕괴된 호텔에서 닷새 만에 생명체가 살아 돌아오자 호텔 내 에어 포켓에 생존자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당초 구조 작업은 추가 눈사태 위험에,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역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구조대 관계자는 “강아지가 발견됐다는 것은 눈 속 환경이 삶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임을 뜻한다”며 “추가 생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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