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까지 묵살하고 한 건설사와 부실한 기부채납 협약(본보 1월12일자 14면)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본보가 확보한 ‘백석동 요진개발관련 재검증 결과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D회계법인 등은 “고양시가 기부채납 받기로 한 업무빌딩의 신축규모, 설계, 자재수준 등이 협약서에 누락돼 협약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분쟁의 소지를 정리하라는 취지였다. 1차 협약서에 빠진 건축규모는 물론 설계, 자재까지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용역결과 보고서는 최성 고양시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2010년 요진산업개발 소유의 일산 백석동 유통업무시설 부지(11만1,013㎡)를 주상복합용지로 용도 변경해주면서 부지의 32.7%(3만6,247㎡)를 기부채납 받고 15.3%(1만6,980㎡)는 땅값만큼 업무빌딩으로 반환 받기로 한 협약(1차)이 특혜라며 재검증을 진행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시는 2012년 4월 요진과 변경협약(2차)을 맺으면서 시장 결재까지 받은 전문기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요진이 6만6,000여㎡(2만평)의 업무빌딩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 하겠다고 제안한 상태여서 이견도 없을 때였다.
시는 결국 변경협약을 맺으면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만6,980㎡의 땅값만큼 업무빌딩으로 반환 받기로 했다. 업무빌딩의 규모를 정할 땅값 산정은 ‘도시계획조례’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조례상 용도변경 전후가 모호해 소송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부실한 협약으로 요진은 용도변경 이전 땅값(526억원대)을 기준으로 기부채납키로 해 용도변경 이후 땅값(1,200억원대)를 요구하는 시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시는 비판여론이 일자 요진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행정실수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시민단체 측은 “요진 측에 유리하게 협약서를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당시엔 땅값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건축규모를 명시하지 않은 것 같다. 건축규모를 명확하게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요진 측이 말을 바꿔 발생한 일”이라고 요진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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