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8ㆍ인천시청)이 인천에서 잃은 명예를 자카르타에서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태환은 23일 인천시 남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공개훈련을 소화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작년 12월 중순, 전지 훈련지인 호주에서 귀국해 모처럼 휴식을 취해온 그는 이날부터 본격 훈련을 시작했다. 박태환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이곳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수영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땄다.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통산 최다 메달(20개)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그 해 말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다. 그의 인생 최대 위기였다. 18개월 징계를 마친 뒤 리우올림픽을 발판 삼아 재기하려 했지만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들어 출전을 막는 바람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한 끝에 겨우 출전했다. 하지만 전 종목 예선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현재 구속 수사 중인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작년 10월 전국체전 2관왕, 11월 도쿄 아시아선수권 4관왕에 이어 12월 캐나다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 3관왕으로 국제무대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올해가 진짜 승부다. 오는 8월 헝가리 롱코스(50m) 세계선수권, 내년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박태환의 부활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그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내년 아시안게임이 더 중요하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세계선수권도 임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은 박태환이라는 이름 석자를 팬들에게 각인시킨 대회다. 그는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3관왕을 달성하며 국민 스타로 우뚝 섰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 성적이 안 좋은 일(도핑)로 취소 됐다. 그래서 더욱 아시안게임에 욕심이 난다. 그 전(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기록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까지만 해도 400m와 ‘수영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1,500m에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이후 200m와 400m를 주 종목으로 전환했다. 그는 “400m에서 내가 세운 개인 최고 기록을 넘고 싶다”고 목표를 전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3분41초53이다. 이는 파울 비더만(31ㆍ독일)의 세계신기록(3분40초07)에 조금 뒤지지만 작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21ㆍ호주)이 세웠던 기록(3분41초55)보다는 빠르다. 박태환은 당분간 이곳에서 훈련한 뒤 다음 달 중순 이후 호주나 미국 등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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