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잡힌 2마리, 2015년 12월 방류된 치어와 유전자 일치
방류정책 확대가 국내산 명태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 확인
한 때 동해 대표어종이던 명태는 2000년대 이후 자취 감춰
정부 “방류ㆍ양식 병행하면 2020년 국산명태 시중유통 가능”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져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가곡 ‘명태’의 가사처럼 현실에선 점점 모습을 감춰 사실상 이름만 남게 될 위기였던 ‘한국산’ 명태가 다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재작년 치어(稚魚) 상태로 방류된 명태가 1년 이상 다른 곳을 돌다 성어(成魚)가 돼 다시 동해로 돌아온 것이 확인됐다. 명태 치어 방류정책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명태 양식 기술이 결합되면 국산 명태가 다시 식탁에 오를 날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강원 속초시 인근 바다에서 잡힌 명태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재작년 강원 고성군 앞바다에서 방류한 인공 1세대 명태임이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명태는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간 1만톤 이상 어획량을 자랑하던 ‘동해안 대표 어종’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해 2000년대 후반부턴 1년에 기껏해야 1~3톤 정도만 잡히고 있는 상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과도한 어획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산 명태의 빈 자리는 수입산이 대체하고 있다. 2015년 명태 수입에 쓴 돈만 4억 달러(약 4,658억원)에 달했다.
그 동안 명태를 다시 동해로 불러들이고 개체수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5년 해수부가 인공 종자를 통해 생산된 어린 명태 1만 5,000여마리를 북방 어로한계선 인근의 강원 고성군 바다에 풀어준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당시 어린 명태들을 방류하기는 했지만 이 명태들이 북한 해역으로 올라 갔다 다시 고성군으로 남하할 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다. 일부 전문가와 어민들은 “어차피 북한으로 다 도망가 버릴 텐데 왜 풀어주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동해에서 채집된 명태 중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67마리를 조사한 결과 2마리에서 유전정보가 당시 명태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해 준 낭보였다.
해수부는 방류된 어린 명태가 다시 동해안으로 돌아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앞으로 방류 규모를 확대해 국내산 명태 어획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는 30만 마리, 내년 이후에는 100만 마리 이상을 방류할 것”이라며 “명태 서식환경 연구를 통해 어린 명태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도 함께 찾겠다”고 말했다.
어린 명태 방류 규모를 늘리는 데는 지난해 10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명태 완전양식’ 기술도 큰 몫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양식이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부화시켜 얻은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한 것을 일컫는다. 완전양식 기술이 무르익으면 어린 명태를 훨씬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 방류 규모도 늘릴 수 있다. 3년 후면 양식 자체만으로도 상업적 생산이 가능하게 돼 러시아산 동태 대신 국산 생태가 가정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명태 양식과 방류 확대를 통해 이르면 2020년엔 국산 명태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중에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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