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시청자 3100만명
4년 전보다 1100만명 많았다”
언론 “오바마는 3780만명” 반박
도덕성 논란 일자 변명만
발끈한 네티즌, 백악관사이트에
하야ㆍ납세자료 공개 청원 운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권이 출발부터 거짓말 시비에 휘말렸다. 대통령 취임식에 모인 군중 규모와 관련된 허위 수치를 발표한 것은 물론 거짓 발언에 대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터무니없는 핑계를 내세웠다가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더구나 후보 시절 약속한 납세 내역 공개가 미뤄지면서, 백악관 청원사이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하야’ 혹은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마저 시작됐다. 이에 대선기간 비교적 트럼프 진영에 우호적이던 위키리크스 마저 “납세자료를 추적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직을 기반으로 하는 최고 통치자의 정통성에 일찌감치 큼직한 흉터가 생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 전역에서 지난 20일 취임식을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3,100만명으로 4년 전보다 1,100만명이 많았다’고 자랑했다. 전날 언론들이 트럼프 취임을 축하하러 워싱턴에 모인 인파 규모가 8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당시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한 걸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나오자마자, 주요 언론은 일제히 4년 전이 아니라 8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 첫 취임식 시청자는 3,780만명으로 680만명이나 많았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권이 취임식 군중과 TV시청자 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처럼 혼동할 수 있는 인파 규모에 대해 잘못된 발언을 했다는 게 아니다. 트럼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거짓 발언을 다루는 방식마저 부정직하다는 데 더욱 큰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전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 공격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두둔하며 ‘거짓이 아니다’고 답하자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포화를 쏟아냈다.
콘웨이 고문은 이날 NBC ‘밋 더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진행자 척 토드가 스파이서 대변인이 취임식 인파를 사실과 다르게 말할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지 마라. 스파이서는 그에 대한 ‘대안적 사실’을 준 것일 뿐 거짓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거짓을 인정하지 않고 대신 권력자가 이상한 ‘말 장난’으로 덮으려는 행태에 미 언론이 발끈, 집중 공격을 가했다. 당장 토드는 인터뷰 도중 콘웨이의 말을 자르고 들어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비판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대안적 사실’이라는 개념은 이제 트럼프 정권과 참모진이 사실을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을 받을 때 본질을 흐리는 ‘곤봉’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 글렌 스러시도 트위터에 “예측컨대, 다음 주에 (취임행사와 반대시위 등이 열린) 내셔널 몰 사진이 가짜 뉴스라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가 70~80% 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썼다.
소셜미디어에도 ‘대안적 사실’을 풍자하는 글이 넘쳤다. ‘오웰과 피난민’의 작가인 앤드리아 찰루파는 트위터에 고열량 튀김 요리 사진을 ‘대안적 샐러드’라고 부르면서 ‘#대안적사실’(AlternativeFacts)이란 태그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인 납세자료 공개를 압박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백악관 청원사이트(petitions.whitehouse.gov)에는 대통령의 납세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이미 백악관이 의무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기준(10만명)을 두 배나 훌쩍 넘긴 24만명이 서명한 상태다. 이와 관련, 콘웨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한번 후보시절 약속을 뒤집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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