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일하던 공장서 출마 선언
재벌 해체ㆍ자주 외교 등 공약
빈민 소년공 출신으로 인권 변호사를 거쳐 시장 당선이라는 극적 드라마를 써낸 이재명 (53) 성남시장이 2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시장은 “노동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재벌해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시장은 출마 선언 장소부터 파격을 선택했다. 12세부터 공장에서 일한 이 시장은 15세인 79년부터 2년간 근무한 성남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바로 여기서 힘겨운 노동에 시달렸던 그 소년 노동자의 소망에 따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고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경제 공약으로 중산층 육성을 위한 ‘이재명식 뉴딜정책’을 약속했다. 임금인상과 복지확대로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주장이다. 재벌 증세, 사회적 약자 등 2,800만명에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 공약도 밝혔다. 이 시장은 “공정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고 권력인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ㆍ안보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는 ‘자주 균형외교’를 제시했다. 박근혜 정권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대북 관계에 대해선 “한반도 운명을 외세에 맡기지 않고 햇볕정책을 계승해 통일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영하 12도의 한파에도 1,000여명이 몰려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시장의 어머니와 아내, 형제들도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과로로 숨진 여동생 등 굴곡진 가족사를 소개할 땐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렸다. 이 시장도 소년공 시절 프레스에 팔이 끼이며 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제 모든 행동과 정책은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면서 약자들을 대변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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