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ㆍK스포츠 111억원 출연은 보고조차 못 받아
최태원(57) SK그룹 회장이 청년희망펀드에 돈을 빌려서 60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사안인 데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거액을 기부한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최 회장은 또 다른 대통령 관심사안인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SK그룹이 111억원을 기부한 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부인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재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최 회장은 2015년 11월 청년희망펀드에 60억원을 내면서 “일부 돈을 빌려 사재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이 낸 돈과 SK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모은 40억원을 합쳐 SK 측은 총 100억원을 기부했다. 최 회장은 “3년 간 수감 생활을 해 현금이 없었다”며 돈을 빌린 이유를 설명했다. 빌려서까지 기부한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 관심 사안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도 200억원가량 내기로 해 저도 그 정도는 내야 한다”는 실무진 의견에 따른 것이라 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하도록 기부한 신탁상품으로, 박 대통령은 1호 펀드로 2,000만원을 냈다. 당시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직후라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청년희망펀드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대통령 관심사안이었던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SK그룹이 111억원을 기부한 것은 보고조차 받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사면으로 출소한 뒤 미르에 SK하이닉스 68억원, K스포츠에 SK텔레콤과 SK종합화학이 각각 21억5,000만원씩 총 111억원을 기부했다. 최 회장은 두 재단의 출연에 대해 “계열사별로 책정된 사회공헌 예산 내에서 집행된 내용이라서 당시 보고를 받지 않아 두 재단에 SK가 출연했는지 잘 몰랐다”며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실무자에게 확인해 보고 (출연 경위를) 알게 됐다”고 했다.
청년희망펀드에는 개인 돈이, 미르ㆍK스포츠에는 법인의 돈이 들어간 점이 다르긴 하지만 이들 모두 박 대통령의 관심사안인 점에서 청년희망펀드에 돈을 꿔서라도 액수를 맞춰 낸 최 회장이 미르ㆍK스포츠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사면과 관련한 대가성 여부가 쟁점이 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모르쇠’ 전략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뇌물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SK 측은 “청년희망펀드나 미르ㆍK스포츠 출연은 재단 본연의 취지에 따른 것이고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