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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보증서ㆍ무상수리 장착 수입차가 달린다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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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배 성장 판매량 1만대 돌파

신차 주춤ㆍ경기 둔화 예고 속

수입차 업체가 직접 운영하며

품질 보증한 인증 중고차 주목

깐깐한 인증ㆍ신차와 동일 서비스

차량이력 리포트ㆍ정찰제 판매

1년 2만㎞까지 무상수리도 매력

일반 매장보다 높은 가격은 한계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포르쉐 인증 중고차 센터에 다양한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포르쉐코리아 제공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포르쉐 인증 중고차 센터에 다양한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포르쉐코리아 제공
BMW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경기 부천시 오정구 국민차 매매단지 내에 인증 중고차 70대를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을 개설했다. BMW코리아 제공
BMW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경기 부천시 오정구 국민차 매매단지 내에 인증 중고차 70대를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을 개설했다. BMW코리아 제공

개인사업을 하는 김진아(38ㆍ여)씨는 자동차 스피드 마니아이다. 고객을 응대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드라이빙을 통해 푸는 게 유일한 행복이다. 그래서 차량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엔 즐겨 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스포츠카를 추가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한 수입차 매장을 찾아 단번에 이 차량을 구입했다. 매장에는 세단, 스포츠카, SUV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 10여대가 전시돼 있었다. 이 곳은 완성차 업체에서 직접 관리하는 인증 중고차 매장이다. 고객이 구입하기 편리하도록 매장도 신차 판매 매장과 동일하게 구성해놓았다. 김씨가 선택한 차량은 2013년도식 911카레라S였다. 최고속도 300km/h에, 4초대의 제로백을 자랑하는 1만여km 뛴 무사고 차량이다. 그는 판매가보다 5,000만원 정도 낮은 1억원대에 이 차량을 구입했다. 김씨는 “수입차량을 중고로 구매하면서 품질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2년 전 구매했던 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직접 보증하고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차 대비 낮은 가격으로, 품질 좋은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인기 요인이다. 각 브랜드들도 지난해 7년 만에 수입차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데다, 올해는 경기둔화까지 예상된 상황이라 자사 차량의 잔존가치를 높여 신차 판매에까지 도움을 얻겠다는 목적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인증 중고차 판매 1위 업체인 BMW코리아를 비롯해 인증 중고차 제도를 운영중인 수입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렉서스, 포르쉐, 인피니티 등 8개사에 달한다. 볼보 등 다른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적극 뛰어들고 있다. 벤츠는 기존 11개 중고차 전시장을 올해 2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BMW는 차량 70대를 한번에 전시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중고차 전시장을 오픈했다. 인피니티는 인증중고차를 온라인상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런 움직임을 반영하듯 판매량 상위 5개사가 지난해 최초로 중고차 연간 1만대 판매(1만3,600여대) 고지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2배 가량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인피니티 코리아 관계자는 “고객 니즈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6월부터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며 “고객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올바른 중고차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간 수입차 중고차량은 높은 감가율로 신차보다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다는 장점에도, 차량 품질에 대한 불신 탓에 수요가 한정적이었다. 인증 중고차 역시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 도입됐으나 별도 보증 프로그램 등이 없어 활성화되지 않았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매년 두자리수로 성장률을 보일 만큼 신차 판매가 늘다 보니 중고차 시장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신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짐에 따라 중고차 영역으로 영업력이 결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판매에 앞서 내세우는 게 중고차에 대한 우려 불식이다. 수입차량의 부품값이 워낙 비싸, 자칫 차 값보다 높은 수리비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매입부터 판매, 사후 서비스까지 직접 보증하며 차량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사용 기간 4~5년 ▦주행 거리 10만km 이내 ▦ 무사고 차량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자사에서 판매한 차량만 매입한다. 이후 전문 기술자들이 200가지에 가까운 정밀 검사를 실시해 인증 중고차 상표를 부착한다.

각 브랜드들은 이렇게 관리된 차량을 신차 매장과 동일한 인증 중고차 매장에 전시하며 소비자에게 해당 차의 상태, 사고ㆍ정비ㆍ점검이력, 기존 운전자 정보 등을 담은 ‘차량이력 리포트’를 제공한다. 또 모든 중고차는 정찰제로 판매하며 ▦1년 또는 2만km까지 책임보증과 무상수리 ▦24시간 긴급출동서비스 ▦할부금융 등 신차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178가지 품질 기준을 통과한 중고차에만 인증을 주고 있다”며 “1년 무상수리 보증, 7일 이내 교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차량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온라인 상에도 인증 중고차의 실매물을 열람할 수 있도록 자사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어 구매자 입장에선 편리하다. 원하는 모델명을 입력만 하면 상세정보부터 실제 차 상태를 사진으로 볼 수 있으며 차종 별 비교도 가능하다. 또한 메일을 통해 원하는 매물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알림기능까지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인증 중고차는 통상적으로 가격은 일반 중고차 시장보다 높다는 한계가 있다. BMW코리아의 인증 중고차 서비스인 ‘BMW 프리미엄 셀렉션’ 홈페이지에서 현재 판매중인 2016년식 520d 모델(7,800여kmㆍ무사고)이 4,950만원인 것에 비해 시장에는 비슷한 사양의 차량이 4,800만원대 매물로 나와 있다. 벤츠 E220 블루텍 모델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인증 중고차 ‘StarClass’에 등록된 가격은 5,200만원(2016년 2월ㆍ1만9,000여km)인데, 중고 시장에는 4,800만원대에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 중고차는 보장된 품질에 추가적인 보증 기간이 주어져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찾게 된다”며 “업체에서는 기존 판매 차량의 감가 폭을 줄이면서 고객 유치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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