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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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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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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빌리 의존도 절대적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모습 담아

공연서 퇴장하는 순간 거의 없어

매주 키 재는 등 선발 과정 엄격

2. 50대 1 경쟁 뚫은 4명 선발

연출가 “개성 있는 소년 찾을 것”

합격자 빌리 스쿨서 2차 수련 후

12월부터 5개월간 공연 펼쳐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되고픈 어린 뮤지컬 지망생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되고픈 어린 뮤지컬 지망생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사람들이 가득 차서 긴장했어요?” 몸에 딱 달라 붙는 흰색 상의에 검은색 발레 타이츠를 입은 어린 소년들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넘버인 ‘연대(Solidarity)’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선보이던 발레 턴 동작에서 실수를 하고는 멋쩍은 표정을 짓는 소년들에게 해외협력안무 담당으로 한국을 찾은 영국인 다미안 잭슨씨가 물었다. “긴장하지 말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연습 때만큼의 실력발휘가 안 됐다는 격려에 힘입은 이들은 전보다 안정적으로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시선을 고정한 채 몸을 회전시켰다. 지켜보던 이들에게서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한국의 두 번째 ‘빌리’ 찾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2차 오디션까지 거친 7명의 빌리 지망생과 9명의 마이클 지망생이 겨루는 최종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을 응원하면서도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자리한 가족 20여명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오디션장은 긴장 어린 열기로 가득했다.

소년들은 이제 겨우 8~12세. 키 150㎝가 넘지 않는 잘은 체구에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발레와 탭 댄스, 아크로바틱 등을 소화하는 신체능력을 겸비했다. 한국의 빌리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200여명의 어린이 중 7명만이 이날 최종 무대에 서게 됐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감독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1984년 영국 북부지역 광부 대파업을 배경으로 우연히 발레를 접하게 된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을 담았다. 엘튼 존의 아름다운 음악과 리 홀의 대본과 가사, 피터 달리의 안무, 스티븐 돌드리의 연출로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됐다. 10년 넘게 장기 공연되며 런던 여행 중 봐야 할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10년 한국인 출연진으로 꾸려져 처음 국내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 빌리는 공연 중 무대에서 퇴장하는 순간이 거의 없다. 빌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어린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야 하니 여느 뮤지컬보다 춤 실력이 빼어나야 한다. 성인 연기자를 내세운 다른 뮤지컬과 비교해 더 엄격하고도 신중한 오디션을 거쳐 빌리를 선정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이날 오디션에 임하는 예비 빌리들의 태도는 진중했다. 발레 바를 잡고 쁠리에, 턴듀, 그랑 바트망 등 발레 동작에 임했다. 소년들은 “골반과 바닥은 평행하게, 턱은 내리고 뒷목은 길게”라며 주의할 점을 짚어주는 안무 선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동작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했다.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될 예비 빌리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될 예비 빌리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오디션장은 경쟁의 장이기 보단 그 동안 아이들이 일궈낸 성과를 선보이는 자리에 더 가까워 보였다. 빌리 지망생들은 8개월 동안 7개의 수업을 들으며 발레와 탭 댄스, 현대무용 등 5개의 춤을 배우고 노래 연습까지 했다. 일요일을 빼고 1주일에 6일, 매일 6시간씩 ‘빌리 스쿨’의 학생으로서 살았다.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한 해외협력 안무가들은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춰주거나 긴장을 풀어주며 아이들의 실력을 이끌어내려 했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우아한 발레 동작을 선보이다가도 탭 댄스용 신발을 갈아 신고선 절도 있는 군무를 만들어냈다. 빌리의 절친 마이클을 연기하게 될 후보 9명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덤블링 등 각자의 개성을 더한 스트리트댄스까지 선보이자 기나긴 오디션이 마무리 됐다.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 지망생과 마이클 지망생들이 뮤지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 지망생과 마이클 지망생들이 뮤지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탭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탭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오디션을 앞두고 연습을 하면서 소년들은 매주 키를 재면서 “키가 너무 커져 빌리의 신체 조건을 맞추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빌리 지망생 중 맏형 격에 해당하는 전민철(13)군은 “저도 빌리처럼 부모님 반대를 겪으며 무용을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없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기회를 잡고 싶다”고 이날 말했다. 이승민(13)군은 “저도 (극중)빌리처럼 영국 로열 발레단에 입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발레 특기생만 ‘빌리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아니다. 태권도가 특기인 성지환(10)군, 탭 댄스가 일품인 천우진(13)군 등도 이날 최종 오디션에서 기량을 뽐냈다.

다미안 잭슨씨는 “최대한 때묻지 않은 날 것 상태의 아이들을 찾고 있다”며 “발레든 탭 댄스든 하나의 특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른 기술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사이먼 폴라드 연출가는 “아무리 숙련된 댄서라도 불꽃(spark)이 일지 않으면 빌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기술적으로 뛰어난 아이들보다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춤과 노래로 조화롭게 표현하는가를 빌리 선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폴라드 연출가는 “최종후보에 오른 아이들은 한국에서 가장 능력 있는 아이들일 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국내 무대를 기획한 뮤지컬회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예술감독은 “발레도 탭 댄스도 전혀 못 추던 아이들이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과 열정을 보면서 대견함과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오디션 결과와 스태프의 최종 논의를 거쳐 빌리 4명과 마이클 4명 정도가 선발된다. 이들은 2차 ‘빌리 스쿨’에 ‘입학’해 6개월 동안 수련을 쌓은 뒤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12월부터 5개월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될 예비 빌리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될 예비 빌리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될 예비 빌리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7년 만에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의 두 번째 '빌리'가 될 예비 빌리들이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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