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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꿈꿨던 '비운의 플래그십' 대우 아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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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꿈꿨던 '비운의 플래그십' 대우 아카디아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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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다 ‘레전드(2세대)’를 반 조립 상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완성한 뒤 판매한 ‘아카디아’. 한국지엠 제공
일본 혼다 ‘레전드(2세대)’를 반 조립 상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완성한 뒤 판매한 ‘아카디아’. 한국지엠 제공

1994년 2월18일 대우자동차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대형 세단 ‘아카디아’를 발표했다. 혼다 ‘레전드’의 한국판 모델이었다. 92년 혼다와 기술제휴를 맺은 대우차는 2세대 레전드를 국내에서 생산해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레전드는 혼다가 85년에 처음 출시한 플래그십 세단이며, 아카디아는 90년 출시된 2세대 레전드를 들여온 것이다. 혼다는 ‘어큐라’라는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통해 91년부터 북미 시장에 레전드를 판매해 큰 인기를 얻었다.

운전석 에어백이 선택 품목이었던 시절, 아카디아는 국내 처음으로 조수석에도 에어백을 기본 장착해 주목을 끌었다. 대우차는 혼다 레전드를 토대로 국내 개발을 통해 아카디아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레전드와 아카디아는 사실상 같은 차로 봐도 무방했다.

당시에는 부품 국산화율 60% 기준이 있었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 국산차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카디아는 자동차 내부 곳곳에서 혼다 로고가 찍힌 부품을 볼 수 있을 정도여서 초기모델의 경우 국산화율이 20% 미만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일본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갖다 쓴 것이다. 대우차가 어떻게 국산화율 60% 기준을 통과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카디아는 앞바퀴 굴림차였지만 엔진을 세로로 배치한 특이한 구조였다. 세로배치 엔진은 대부분 뒷바퀴 굴림차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앞바퀴 굴림차에는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면서 차체의 무게 균형이 잡혀 주행안정감이 우수했다. 푹신한 승차감이 대형세단의 미덕이었던 시절, 아카디아는 상대적으로 딱딱한 서스펜션과 이상적인 무게배분 등으로 고성능 세단의 또 다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5m에 가까운 전장 길이에도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 공간이 좁았던 점은 대형 세단으로선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4단 자동변속기 기준 연비는 1ℓ당 8.6㎞로 당시 기준으로 1등급이었다. 그 때에는 연비를 차급별로 구분해 등급을 표시했다. 경차, 소형차, 대형차 별로 연비 등급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어쨌든 아카디아는 당시 대형차 중 유일하게 연비 1등급을 받았다.

아카디아는 차체에 아연강판을 대거 도입해 강성을 높이고 무게는 낮출 수 있었다. 충돌 사고 때 안전띠를 조여 탑승객을 잡아주는 기능은 당시로선 매우 앞선 것이었다.

판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 차를 출시할 당시만 해도 연간 7,000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99년 단종할 때까지 총 판매대수가 1만대에 불과했다.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98년 쌍용차가 대우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체어맨이 대우 마크를 달고 팔린다. 대우차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체어맨에 넘겨준 아카디아는 치욕적인 할인판매로 재고를 털어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출시할 때 이 차의 가격은 수동변속기를 적용한 디럭스가 4,075만원, 4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모델이 4,330만원이었다. 그러나 한 때 가장 비싼 국산차였던 이 차의 마지막 할인판매 가격은 2,900만원이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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