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그림을 최대한 숨겨라”(편의점 업계)
“경고 그림을 최대한 노출시켜라”(정부)
흡연 경고 그림이 담긴 담배가 생산된 지 한 달째를 맞아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경고 그림을 숨기려는 편의점과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간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23일 이후 생산되거나 수입된 담배 표면 앞뒤 상단 30% 이상(경고 문구 포함 50%)의 면적에 경고 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했다. 경고 그림 삽입은 2002년 도입을 논의한 이래 13년 만에 시작되는 제도로 1986년 담뱃갑에 경고 문구가 삽입된 지 30년 만이다. 기존 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 재고가 점차 소진되면서 이 달 말부터는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편의점 등의 담배 진열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편의점 등 담배 소매업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경고 그림을 가리려는 ‘꼼수’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경고 그림 부착만으로 흡연율이 최대 4.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담배 판매가 편의점 매출의 최대 4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출 타격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한 편의점 점주는 “경고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진열하거나, 아예 이를 가릴 수 있는 진열대를 새로 제작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는 보건복지부는 경고 그림을 최대한 노출시키도록 입법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흡연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에 대해 처벌 조항은 없는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는 경고 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경고 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막는 정부 입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음달에는 전국의 보건소를 통해 경고 그림이 들어간 담배의 유통 현황과 진열 행태를 사전 점검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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