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나마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 됐어요.”
강원 삼척시 교동 마달리에서 농사를 짓는 이순옥(61ㆍ여)씨. 그는 최근 삼척교육문화관이 개설한 ‘문해교육과정’을 3년간 이수해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 받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글을 깨우친 이씨는 “이젠 혼자서 은행업무도 척척”이라며 활짝 웃었다.
어린 시절 가난한 형편 탓에 초등학교 조차 졸업하지 못한 그는 50대 후반이던 2014년 문해교육과정에 입학했다. 은행업무를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마을 반장도 맡지 못하는 등 불편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때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30분을 걸어 시내 삼척교육문화관 강좌를 찾았다. 손이 많이 가는 고추, 감자 농사로 눈코 뜰새 없지만 배움을 향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일기도 쓰고 마을 일도 볼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중학교 과정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씨처럼 강원도내에서 문해교육과정을 마친 24명이 최근 초등학교 학력 인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11명이 방송통신중학교 입학원서를 내고 배움을 이어갈 꿈에 부풀어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시군 교육문화관, 공공도서관 등 7곳에서 농산어촌 늦깎이 학생을 위한 문해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과정은 1단계(1~2학년), 2단계(3~4학년), 3단계(5~6학년)로 구성돼 연간 240시간 가운데 3분의 2이상 출석해야 학력을 인증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횡성군립도서관과 태성도서관 학습자 30명이 횡성군이 주최한 ‘문해 골든벨’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심만섭 강원도교육청 문해교육심사위원장은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