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도 30조원 첫 돌파
전세난에 대출금 점점 커져
지난해 5대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이 10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 규모도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ㆍ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34조485억원으로, 전년(23조6,636억원)보다 10조3,849억원 늘었다. 이는 사상 최고였던 2015년 증가액(5조8,118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2010년 2조3,19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2013년 해마다 3조5,000억원 안팎이 늘었다. 2014년에는 전세대출 연간 증가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매매가 상승과 함께 전세난이 심화하며 급증 추세를 보였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대출자들이 은행에 빌리는 전세자금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 2014년말 2억9,368만원으로 3억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2년 만에 4억2,051만원으로, 1억2,000만원 넘게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작년 말 기준 73%를 넘어섰다. 일부 강북 지역의 아파트는 90%에 육박, 매매가격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다.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줄었다. 소득은 사실상 깎였는데 전셋값은 턱없이 오르니 대출액이 증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서울인구가 지난해 5월 이후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도 ‘전셋값 폭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평균 전셋값은 작년 말 기준 3억152만원이었다. 경기도 전체로 확대하면 평균 2억5,168만원으로, 서울 전셋값의 60%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4억554만원)는 서울 평균 전세가보다 낮다. 국토교통부 주택매매 실거래 통계에 따르면 작년 경기도에 집을 마련한 서울 사람 비중은 6년 만에 최고치인 15.4%에 달했다. 이는 2015년의 13.5%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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