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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칼럼] 미중 무역전쟁의 포로

입력
2017.01.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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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미국우선주의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무역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기도 전에 자국기업들의 해외생산을 압박해 GM, 포드 등의 자동차회사가 멕시코 공장건설을 포기 했다. 외국기업들에게는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향후 국제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경제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공언한 바 있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230억 달러에 이르는 넘는 대미무역 흑자를 빌미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의 감소세로 인해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이 설상가상이 될 전망이다.

실로 큰 우려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다. 자칫하면 우리경제가 포로로 잡혀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 있다. 7,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무역적자 중에서 대중 적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실업자를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다. 더구나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경제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국가정책의 주요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이 중국경제를 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상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중국기업 미국투자억제, 수입제한, 보복관세, 저가 물량공세 등으로 역습할 태세다.

중국경제는 지난 20년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 기업부채 증가, 그림자 금융 등의 부실을 안았다. 미국과 무역전쟁의 가능성이 커지자 경착륙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벌써 위안화 가치가 추락,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때 3조 7,000억 달러에 이르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 할 경우 양국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큰 우리경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된다. 이 와중에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국행 여행객 축소, 주중 한국기업 세무조사, 한국산 화장품 수입억제 등 다양한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도 영국의 탈퇴를 계기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재정위기가 심각한 신흥국도 수입을 줄일 전망이다. 일본은 부산 소녀상을 트집 잡아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사면초가다.

정부는 통상외교를 서둘러야 한다. 한미 FTA는 미국이익에 부합하는 협약이다.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한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에 40조원을 투자하여 1만8,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우리경제가 거꾸로 산업공동화의 피해를 입고 있다. 무역수지는 경제상황에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위기에 처하여 대미무역흑자가 언제 적자로 바뀔지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미국경제 전략상 우리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한미간 불필요한 충돌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달려간 일본 아베 총리의 기민성을 남의 일로 보면 안 된다. 중국에 대해 사드 배치가 순수 방어용이라는 사실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과 사드 보복의 화를 피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타결을 일본과 공조하여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본은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 미국의 반대로 중단위기에 처해 RCEP가입이 절실하다. RCEP는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이다. 회원국들의 인구가 35억 명으로 세계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는 안정적 경제영토를 확보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산업구조개혁과 경제체질개선을 서둘러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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