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뇌물수수 공범 혐의 소환 통보
불응 땐 체포영장 받아 강제구인
“삼성 최지성ㆍ장충기ㆍ박상진 등
불구속 수사 원칙도 변동 여지”
재계 거센 반발 부를 가능성
또 기각 땐 특검 커다란 타격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타격을 받은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기각 하루 만에 영장 재청구에 무게를 두고 삼성 뇌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에 불응하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를 강제 조사한다는 방침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뇌물 수수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영장 기각 사유를 보완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뇌물 수사도 기존 계획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20일 “최씨를 21일 오전 뇌물 수수 공범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 통보했다”고 밝혔다. 수 차례 갖은 핑계를 대며 특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최씨가 이번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구인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최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법원 재판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등 여러 절차에 동시에 대비하고 있어 “특검에 못 나가겠다”고 버텼다. 이에 따라 특검은 21일 법원에서 최씨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구인할 계획이다.
특검이 최씨 조사를 강행하기로 한 건 19일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 사유 중 하나로 ‘피의자 측에 대한 증거자료는 광범위하게 수집돼 있는 한편 공범인 뇌물수수자 측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수자 측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수용해 현실적으로 조사가 가능한 최씨를 부른 것이다.
이에 따라 특검이 영장 기각이라는 암초에 다시 도전해 정면 돌파하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씨를 조사해 영장의 ‘빈틈’을 채우고 삼성 측이 최씨 측에 건넨 433억여원이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하기로 방침을 굳힌 셈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라는 한 우물만 파지 않고 다른 우물도 파기로 했다. 이 특검보는 이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고위 관계자 3명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은 추후 수사 과정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뇌물 공여 공범으로 입건된 최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의 불구속 수사 원칙을 고수하던 특검이 원칙 변경을 언급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핵심 관계자를 구속해 삼성 측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다. 특검이 이날 최씨 측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지원 계약을 논의한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이 이날 “늦어도 2월 초로 못박은 대통령 대면 조사 계획이나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 수사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도 기존의 삼성 뇌물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1차 영장 청구 때만 하더라도 경제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재계 등의 비판이 적지 않았던 점에 비춰 특검의 영장 재청구 움직임이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에 하나 영장이 또 기각될 경우 특검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영장 재청구에 따른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특검이 사활을 건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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