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너의 이름은.’의 흥행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아름다운 작화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습니다.
일본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써가고 있는 신카이 감독이지만 전작들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탓에 국내 관객들에게는 아직 낯섭니다. 그는 애니메이션에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되었으며,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을까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카이 감독의 이모저모를 돌아보았습니다.
글ㆍ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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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흥행으로, 국내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일찍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이을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주목 받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간 큰 흥행작이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죠. 신카이 감독에 대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7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게임회사
신카이 감독은 주오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것이 계기가 돼 1995년에 게임회사 니혼 팔콤에 입사하게 됩니다.
당시 그는 '이스 2 이터널', '영웅전설 5' 등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영상 제작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죠. 특히 ‘이스 2 이터널’ 영상은 아직까지도 팔콤 게임 오프닝의 전설로 불리며 극찬 받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RPG 명가 팔콤은 신카이 퇴사 후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뛰어 넘는 오프닝 영상을 만들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하네요.
신카이가 제작·각본·연출을 홀로 도맡아 해낸 첫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는 회사 생활을 하던 바로 이때 탄생했습니다.
그는 자정쯤에 집에 들어가 새벽 3시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3시간을 잤다가 6시에 출근하는 일정을 무려 5년 동안이나 이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초인적인 열정을 쏟아낸 이 작품으로 각종 상을 수상한 신카이는 2001년에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에 매진하게 됩니다.
2. 1인 제작
신카이는 제작·각본·연출 등 애니메이션의 모든 작업을 혼자 해내는 ‘1인 제작’ 시스템의 시대를 처음 연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등 분야별로 팀을 이뤄 협업하던 여느 상업 애니메이션 감독들과는 달리 독특한 행보였죠. 혼자 만든 것이라곤 믿기 힘든 퀄리티 덕분에 ‘괴물 감독’이라는 수식어도 얻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초기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와 ‘별의 목소리’(2002)에서는 직접 주인공 목소리 녹음까지 맡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부터는 팀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직도 그림 콘티, 비디오 콘티, 편집, 각색 등 중요한 작업들은 신카이 감독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3. 소설가
문학을 전공한 감독답게, 신카이 마코토는 영화의 각본은 물론 소설도 직접 쓰고 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등의 소설판이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흥행에 성공하며, 소설가로도 인정받게 됐죠.
특히 소설 ‘너의 이름은.’은 일본 내에서 판매 120만 부(2016년 12월 기준)를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이 특유의 서정성과 문학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4. 무라카미 하루키
신카이 감독은 스스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며, 특히 그의 작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꼽았습니다. 둘 사이에는 실제로 닮은 점이 있습니다.
무라카미가 ‘병행해서 흐르고 있는 세계’, ‘서로 만날 듯하면서도 만나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 것처럼, 신카이 감독 역시 ‘별의 목소리’(2002), ‘초속5센티미터’(2007), ‘너의 이름은.’(2016) 등에서 일상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시공에 사는 사람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전달하곤 하죠.
5. 새드 엔딩
신카이 감독은 그간 작품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와 어김없는 새드엔딩을 보여줘 ‘커플 브레이커’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내 과거 작품은 충격적이고 힘들어서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해피엔딩을 만들 수 없는 작가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다." – 신카이 마코토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그의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 계층만 보게 될 거라는 평도 있었죠.
하지만 이번 ‘너의 이름은.’에서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여주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적절한 유머코드와 밝은 분위기로 대중성과 상업성까지 거머쥐며 확실한 변화를 보여줬죠.
6. 빛의 마술사
신카이 감독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명암을 극대화하고 빛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한 덕에, ‘빛의 마술사’, ‘배경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아름다운 색감의 화려한 배경 작화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죠.
이 때문인지 사진을 그림처럼 예쁘게 변환시켜주는 스마트폰 어플 에버필터가 신카이의 작품 속 배경을 무단 도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한 에버필터 측이 사과문을 올리며 사건은 일단락되었죠.
7. 철도덕후
신카이 감독의 작품 속에는 유난히 JR 동일본 열차가 많이 등장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도쿄 장면의 대부분이 철도를 배경으로 했죠.
이 밖에도 자동차, 자전거, 로켓, 우주선 등 유난히 ‘탈 것’에 대해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감독 본인은 ‘철도덕후’라는 말에 난색을 표했다고 하네요. (과연?)
“메카닉류가 좋은데 도시 배경의 작품에서 철도는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나가노에 살던 무렵 열차를 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기차를 좋아하는 것뿐이지 마니아나 오타쿠라고 부를만한 수준은 아니다.” – 신카이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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