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20일(현지시간) 닻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각국 정상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중국은 새 미국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견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취임에 대한 중국의 기대를 평론해달라는 질문에 “미ㆍ중 관계는 세계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의 하나로 수교 38년 동안 갖은 시련을 겪었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대국은 상대의 핵심적인 이익과 관심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고 강력 촉구한 바 있다. 이 연장선에서 보면 트럼프 시대에는 양국 정부가 상대의 핵심 이익 존중을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자며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시 주석은 또 “대국은 억지 거래를 하려는 행동, 즉 횡포를 부려서는 안 된다”며 통상 문제와 외교 문제를 같은 테이블에 놓고 거래를 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대만을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인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이례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협상 카드로 사용하겠다고 밝혀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 조기 방문으로 동맹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를 맞아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일본과 미국 양국 관계는 외교 안보 정책의 기본이 돼 왔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워싱턴을 찾아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베의 이번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12시간 가량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차기 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21세기형 경제체제 표준으로서 향후 경제협력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PP 탈퇴 의사를 밝힌 트럼프 설득에 나설 것임을 거듭 시사한 것이다.
지지(時事)통신은 미국과 일본정부가 정상회담을 2월 초에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일 뒤인 오는 27일쯤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일정 조율이 늦어져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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