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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서둘러 배치하면 사드 갈등 해결되나

입력
2017.01.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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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이들 조치와 사드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동시에 자국의 핵심이익 침해를 이유로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때때로 인민정서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 국내에선 보복 조치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이 실질적인 제재ㆍ보복의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도 이들 조치의 성격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건 다분히 ‘전략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관계 재정립 과정에서 사드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 한국의 조기 대선 이후의 유동적인 상황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발족 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2014년부터 사드 문제에 격한 반응을 보여왔던 중국에겐 4월 총선 길목에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거나 한국의 국론을 분열시킬 호재였겠지만 의외로 조용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외교채널이 작동해 한국 측을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배려라는 용어가 사뭇 거슬리지만 어쨌든 중국이 이전과 달랐던 것만은 분명하다.

얼마 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더불어민주당 방중 의원단과의 면담에서 결사반대 같은 용어 대신 “상대방 이익을 해치지 않는 절충점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노골적인 속내 대신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에선 왕 부장의 야당 의원단 면담을 편가르기로 해석하기도 했고 그의 표현이 외교적 수사인 측면도 있겠지만, 적어도 중국이 대화를 바란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문제는 오히려 우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에 가서 “중국의 반대와 상관 없이 한미 합의대로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협상의 후폭풍에 휩싸여 있고 윤병세 장관에겐 존재감 부재라는 평가가 내려진 지 오래다. 게다가 대중외교의 최전선에 있는 김장수 주중대사는 ‘세월호 7시간’의 늪에 빠져 있다.

사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용이고 안보 문제는 결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진실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명쾌하고 시원하다. 사드가 자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한국 배치는 절대 안된다는 중국의 주장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사실상 접점이 없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 시점을 앞당기면 문제가 해결될까. 실제 당초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사드 배치를 7,8월에 매듭짓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중국이 더 반발할 지 모르니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게’ 대못을 박겠다는 취지인 듯하다. 그러고 나면 중국이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자국 속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까.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수용하고 주한미군 기지를 경기 평택에 집중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국내에선 논란이 컸지만 중국의 공개 반발은 없었다. 주한미군의 대만 문제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고 턱 밑에 세계 최대규모의 미군기지가 조성된다는데도 중국이 조용했던 건 말 그대로 외교가 작동한 결과다. 당시 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공개로 거의 매주 베이징을 찾았고 결국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용인’ 결정을 끌어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외교를 해야 할 때다. 그 결과가 설령 사드 배치 강행이더라도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를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국제사회에는 격랑이 몰아칠 텐데 우리는 또 다시 어느 한 쪽을 편드는 듯한 모습으로 일관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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