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과 함께 오바마케어(ACA) 폐지, 이민 통제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논란이 여전하고 내각 인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속도감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할 ‘1호 정책’으로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발동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가 전날 지지자들과 가진 만찬에서 “엄청난 쇼가 펼쳐진다” “(취임 즉시) 의미 있는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발언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할 첫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 폐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3일 공화당 지도부와 회동해 “트럼프 정부의 1호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폐지 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민 통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과 이슬람국가(IS) 격퇴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도 점쳐진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도 트럼프가 취임과 함께 이행을 약속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정권 출범과 함께 주요 과제들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장애물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케어의 경우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ㆍ하원은 관련 법 폐지를 담은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대체 법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면 최대 2,000만명의 취약 계층이 보험을 잃게 되는 등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장관 내정자 역시 청문회에서 “이들을 절벽에서 떨어뜨릴 수는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민 통제 강화 정책도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멕시코 접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에 지지자들은 열광했지만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는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의회도 예산 지출에 부정적이다. 멕시코가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는 공약과 달리 멕시코 정부는 “비용을 멕시코가 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체류 청년유예(DACA)’행정명령 폐지도 대학 총장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고별 기자 회견에서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체포돼 쫓겨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도덕적 흠결 때문에 내정자들이 구설에 오르며 내각 인준이 늦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하원의원인 프라이스 보건복지장관 내정자는 자신이 추진하는 법안으로 이익을 볼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는 2009년부터 불법체류자를 가사도우미로 쓰다가 최근에야 내보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1억달러에 달하는 부동산을 뒤늦게 신고하고 조세 회피처를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ㆍ안보 정책을 보좌할 국가안보회의(NSC)도 적임자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ㆍ안보 분야에 대한 원활한 인수인계작업을 위해 브리핑 자료 275건을 준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측에 비밀취급 자격을 가진 참모가 부족해 방치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반중’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사법ㆍ정보 당국이 대통령 측근들과 러시아 정부 간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감청 및 자금 거래 내력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NYT는 전ㆍ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진영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인 폴 매너포트 등이 포함된 측근들에 대해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이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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