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崔 6차 공판
“崔가 재단 인사 결정하면 안종범이 일일이 확인 전화”
安수첩 17권 전부 증거 채택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사실상 직접 운영하며 ‘회장님’으로 통했다는 증언이 두 재단의 전직 임원들로부터 나왔다. 최씨가 재단 인사를 결정하면 곧바로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해당 사실을 인사 대상자에게 일일이 확인 전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걸로 여겨지는 정황이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0일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한선(48)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와 정현식(64)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최씨는 두 재단의 인사와 사업 방향 등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수장이나 마찬가지였다. 2015년 10월 차은택(48ㆍ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소개로 처음 최씨를 만났다는 이 전 이사는 “차 전 단장이 최씨를 회장님이라고 불렀고 회의 때마다 업무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며 최씨가 미르재단의 회장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이사는 미르재단이 설립되고 최씨가 지시해 추진한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페랑디 분교 국내유치 ▦아프리카 아동 영양식 개발 사업(K-Meal) ▦한류 확산 위한 K타워사업 등이 모두 대통령 해외 순방 사업으로 진행되는 걸 보곤 “최씨가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에콜페랑디 분교 국내유치와 관련해선 “에꼴페랑디와 미르재단의 제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최씨와 함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찾아간 바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 만남 전에도 최 전 총장과 최씨가 63빌딩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를 정유라의 학부모로만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수석이 최씨와 두 재단 운영 상황을 공유한 정황도 포착됐다. 정 전 총장은 “최씨에게 K스포츠재단 감사 자리 입사 면접을 본 직후 안 전 수석이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전화가 왔다”고 기억했다. 이후 최씨 권유로 재무이사, 사무총장직 자리를 순차적으로 맡을 때마다 안 전 수석이 전화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K스포츠재단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유정복 인천시장을 소개해줬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날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을 모두 증거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 및 모금 과정 ▦최순실씨 측 광고회사 등에 이권몰아주기 ▦청와대 차원의 증거인멸에 개입하거나 지시한 정황이 ‘사초(史草)’ 수준으로 빼곡하게 적힌 핵심 물증이다. 안 전 수석 측은 앞선 11일 2회 공판에서 “수첩 11권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로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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