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협 “집필 기준 전면 개정, 제작 기간 최소 2년 보장돼야”
“교문위선 국정화 금지법 통과
새누리ㆍ바른정당은 반발해 불참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한필협)가 “교육부 방침대로 검정 교과서를 집필할 경우, 졸속 추진이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교육 현장에 적용될 검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도 ‘국정 교과서 금지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계획 철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필협은 20일 서울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 개정 없는 역사 검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4년 검정 교과서를 집필했던 8개 출판사 집필진 가운데 교학사를 제외한 7개 출판사 집필진이 참여했다.
한필협은 성명서에서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는 그간 숱한 오류와 편향성을 들어 국정 교과서 폐지를 외쳤지만, 여론 반발에 직면한 교육부가 돌연 국ㆍ검정 혼용 방침을 발표했다”면서 “교육부의 졸속 교과서 제작에 동참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교과서 제작 기간은 집필에 10개월, 책으로 엮어내는 편집에 2~3개월, 검정 및 수정 작업에 6개월 등 최소 1년 6개월이 필요한데, 교육부의 방침대로 내년 3월까지 1년여 동안 검정 교과서를 제작ㆍ배포까지 하려면 졸속 집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필협은 또 “촉박한 일정과 검정 기준 강화 때문에 결국 교육부의 국정 교과서를 본뜬 ‘제2의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국정교과서와 비슷한 ‘붕어빵 교과서’를 양산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한필협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역사과 교육과정 및 검정 역사교과서용 집필 기준 전면 개정 ▦검정 역사교과서 개발ㆍ제작 기간 최소 2년 보장 등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한필협의 집필 거부에 따라, 검정 교과서 출판사들은 짧은 제작 기간에 새로운 저자까지 구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필협 외에 기존 역사교과서 제작 경험이 있는 집필진은 전국에 약 15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편향성이나 집필 자격 등을 두고 각종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국회 교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의원 13명은 “다수당의 일방적 처리”라고 반발하면서 퇴장, 야권 의원 15명만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법안이 넘어간 법사위도 새누리당(3명)과 바른정당(3명) 소속 의원은 6명에 불과한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이 11명이어서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안’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경우 야당도 ‘밀어붙이기식 법안통과’라는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최종 본회의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는 즉시 사용이 금지되며, 교육부가 현재 추진중인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또한 법률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 주도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결의안’도 가결됐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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