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앞장섰던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중국이 그 모습을 비난해
과실 누려왔던 선진국들도
경제위기를 세계화 탓
WTOㆍIMFㆍEU 등 역할 확대가
보호주의 유혹 뿌리칠 해법
2017년 다보스포럼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건‘팍스아메리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선도적인 역할 중시)’시대의 종언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개막됐다. 17일(현지시간)‘세계화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시진핑 중국 주석은 포럼 개막 연설을 통해 그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역설적이지만 극명하게 보여줬다. 지난 14년간 다보스포럼에서 서방 정부 대표들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세계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모습에 익숙했던 나로선 중국의 국가원수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는 모습 자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 중국 등 신흥공업국들과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젠 그 모든 책임을 세계화에 돌린 채 보호무역주의로‘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려는 것은 ‘세계화의 질곡’이 만든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제위기에 가려져 세계화의 성과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세계화 옹호론자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키쇼 마부바니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지금 세계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가득하지만,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에서 보면 긍정적인 변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거로 “전 세계 중산층 수가 2010년 18억명에서 2020년 32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유아사망률은 1990년 1,000명 당 60명에서 2015년 32명으로 줄었다”고 통계를 인용했다. 25년 만에 유아사망자 수가 한 해 400 명이나 준 셈이다. 또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자 수가 1981년 20억명에서 2015년 10억명으로 감소했다. 그런데도 세계화에 대한 비관주의가 판을 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마부바니 교수는“세계 지적 담론을 주도하는 서구 지식인들이 전 세계 인구의 12%에 불과한 서구사회의 문제를 지구촌 전체의 문제인양 확대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말로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세계화의 공과에 대한 편의주의적 해석이 세계화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찮았다. 담비사 모요 월드 뱅크 이코노미스트는“현재 세계화가 성숙기로 진행될지, 퇴행할지 그 기로에 서 있다” 며 “세계화를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근시안적인 사고와 제로섬 계산 방식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현재의 정책결정이 미래에 가져올 비용과 결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사고와 중요한 정책결정에 있어 당장 눈앞의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제로섬 사고 방식 때문에 보호주의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들의 차별적 무역제재가 644건에 이르렀고, 국제결제은행을 통한 자본거래건수가 전년보다 10%나 감소할 만큼 최근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세계 경제의 리더 역할을 하는 지도자들이 대부분 자국내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 직이어서 자국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위기상황이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IBRD)등 국제경제기관들과 유럽연합(EU) 등 지역별 경제협력체들의 역할 확대가 세계 보호주의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보스(스위스)=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 (World Energy Council)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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