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일자리 131만개’ 공약의 허와 실
“4대강 22조면 100만 자리 창출”
4년치 예산 합계 1년으로 퉁쳐
공무원 평균 연봉 적용 시 지출 대폭↑
노동시간 줄여 추가 고용 방안도
佛 ‘오브리法’ 사례 볼 때 회의적
“공공부문 증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1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소요 비용이나 재원 마련 방안의 근거로 제시한 수치가 부실하거나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18일 발표한 일자리 창출 공약의 핵심은 공공부문 81만개 증원이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 사회복지공무원 25만명과 소방공무원 1만 7,000명, 경찰공무원 1만 6,700명 등을 증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이명박정부 당시 투입된 4대강 사업 예산을 거론하며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원 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원 마련의 핵심 방안으로 4대강 사업 같은 낭비성 예산 감축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연간 투입예산은 5조 5,000억원이며 문 전 대표가 제시한 22조원은 4년치 합계다. 4년치 합계를 1년 예산 부담과 퉁친 것으로 일종의 ‘눈속임 수치’를 제시한 셈이다.
실제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늘릴 경우 예산 부담은 4대강 사업의 3배~9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9급 공무원 초봉은 본봉과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를 합쳐 1,980만원이다. 문 전 대표가 언급한 81만명 모두를 9급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해도 연간 16조 38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공무원 임금은 연공서열에 따라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다. 30년 정년을 보장받는 81만명에게 추가로 투입될 재원까지 고려해, 공무원 평균연봉(5,990만원)을 적용하면 연간 48조 5,190억원이 소요된다. 문 전 대표의 구상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것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거칠게 비교하면 4대강은 1년에 5조5,000억원을 쓴 4년 시한부라면, 문 전 대표가 제시한 일자리 80만개는 1년에 수 십조의 예산이 무한대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원마련 방안도 구체성이 떨어져 물음표가 붙는다. 문 전 대표는 “현재 17조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적절한 규모의 일자리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 임금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역시 구호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 소장은 “최대의 개혁은 기존 재정 130조원 규모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문 전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법정 근로시간 52시간만 준수해도 특례업종까지 포함해 20만 4,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던 프랑스의 경우 지난 1998년 법정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는 ‘오브리법’을 시행했지만, 두 자릿수 실업률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 좀 더 정교한 구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일자리 공약 발표는 문 전 대표의 의지를 다시 확인한 데 목적이 있다”며 “추후에 구체적인 소요 비용과 재원 편성 방안 등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