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에 들어간다. 부동산 재벌로 대선 기간 갖은 파란과 화제를 불렀지만 결국 미국민의 지지를 얻어낸 공화당 트럼프 정권의 출범은 축하해 마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안팎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유일 강대국의 새 정권을 향해 환영보다 우려의 시선을 먼저 보낸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는 55%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대선 기간은 물론이고 당선 뒤 장관 인선 등을 통해 정책을 구체화해 가면 갈수록 각국 지도자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외교와 통상에서 세계 지형을 바꿀 정책 변화를 예고한다. 외교에서 초미의 관심은 힘겨루기 중인 중국과의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대만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을 사실상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 수입품에 45% 관세를 물리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나토 체제가 낡았다거나 EU에서 회원국 탈퇴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통 우방과는 거리를 두면서 등 돌렸던 러시아와 협력할 뜻을 내비치는 것도 큰 변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기본 흐름으로 정착한 자유무역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번지고 있다.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까지 신설한 것을 보면 트럼프의 “FTA 완전 재협상”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난민 문제 등 인권 분야에서 미국 정부의 국제적 역할에도 퇴보가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가 직접 언급한 사안은 별로 없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의 발언 등에 비추어 오바마 정권의 기조는 대체로 유지할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안보 지원의 대가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한다거나,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한미 FTA 재협상 요구는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험 요소다. 대중 통상 압력을 강화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휘청거릴 경우 우리 대중 수출이 격감하는 악영향도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가 사실상 정치권력 공백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방심하지 말고 트럼프 새 정권과의 소통 채널 구축 등에 기민하고 짜임새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 정치 현안이 신속하게 매듭돼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적 정세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정공백 사태를 최소한으로 줄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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