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 폐쇄적 보육원서
버림받은 아이들 무차별 확대
檢, 사무국장 등 3명 구속 기소
경기 여주시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A양은 9살이던 2012년 7월 한 여름 벌어졌던 악몽 같은 기억을 지금도 떨쳐버릴 수 없다. 당시 생활지도원 장모(40ㆍ여)씨가 청소용 바가지에 오줌을 쌌다며 또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게 한 것이다. 각목으로 얼굴을 마구 때리고 식칼로 손가락을 자를 듯 위협하던 ‘악마’ 같은 선생님의 모습을 봐온 A양은 그의 불호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A양은 “너무 많이 맞고 힘들어서 자해했는데 병원비가 든다며 치료도 못 받고 쫓겨났었다”고 울먹였다.
지적장애를 지닌 B군 역시 전 생활지도원 변모(36ㆍ여)씨만 보면 몸서리칠 정도로 겁이 났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천사 같았던 선생님은 말을 제때 듣지 않으면 가죽벨트를 휘두르는 등 늑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12살 때쯤이던 2009년 11월 어느 날에는 밥을 늦게 먹었다는 이유로 혼나다 구토를 했고, 그 토사물을 주워 먹어야 했다. B군은 주사바늘로 피가 날 때까지 종아리를 찔러 고통을 주는 가혹행위를 수 차례 당하기도 했다.
원생들을 때리고 학대한 보육원 생활지도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모가 없거나 엄마, 아빠에게서 버림받은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은 시설에서 또다시 쫓겨날 수 있다고 걱정해 신고조차 못하고 고통을 견뎌왔다.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부장 김태훈)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여주의 한 보육원 전 사무국장 배모(47)씨와 전 생활지도원 장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변씨 등 5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하고 4명은 아동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 처분했다. 배씨 등은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년여 동안 해당 보육원에 근무하면서 6~14살 원생 33명을 신체적ㆍ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다.
이들은 피해 아이들이 간식을 몰래 먹었다는 등의 이유로 쇠 파리채와 빗자루 등으로 온몸을 마구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빨래를 스스로 하지 않았다며 빨지 않은 양말을 입에 쑤셔 넣고 소변과 토사물을 먹이는 등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하는 ‘투명인간’ 벌칙을 만든 뒤 이를 어기면 ‘알몸으로 집 밖에 서 있기’ 등 가혹한 벌을 주거나 ‘범인 찾기’를 한다며 장시간 단체기합을 주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배씨 등의 행각은 지난해 8월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한 생활지도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1차 수사를 벌여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한 전담수사팀을 꾸려 전모를 밝혀냈다. 배씨 등은 하지만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아이들 말처럼 심하게 때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보육원 생활관 9곳이 아파트 형태로 분리돼 있고 원생 90명이 연령별로 나뉘어 특정 생활지도원과 24시간 머무는 폐쇄성 등으로 외부 감시망조차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극심한 정서적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상담치료, 직업훈련 기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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