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해외발 충격에 연일 춤추듯 오르내리고 있다.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마디에 달러당 7.8원이나 미끄러지더니 바로 다음날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발언에 10원 이상 오르는 급변동세를 연출하고 있다. 뚜렷한 추세 없이 그날그날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율 흐름에 당국과 수출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177.6원으로 마감됐다. 벌써 올 들어 두번째 10원 이상 상승인데다, 전날 7.8원 급락이 무색하게 바로 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는 6년 만에 최대치였던 작년 연간 원ㆍ달러 환율의 일일 평균 변동폭(종가 기준ㆍ6.0원)보다도 훨씬 큰 것이다.
이날 환율을 급반등시킨 건 전날 급락의 주인공이었던 ‘미국 대통령’(트럼프 당선인)에 이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었다. 옐런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미국의 경제지표가 연준 목표치에 근접한 만큼 2019년 말까지 매년 2~3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가 달러가치를 끌어내릴 것처럼 발언한 것과는 반대로, 옐런 발언은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돼 달러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날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는 전날보다 0.3% 오르면서 101선을 유지했다.
올 들어 원ㆍ달러 환율의 널뛰기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우려를 나타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며 환율은 20원 이상 끌어내렸고, 9일에는 중국이 환율 맞대응 차원에서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15.3원이나 끌어올렸다.
널뛰기 장세는 상반기 내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취임 후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보호무역주의나 확장 재정정책 등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환율은 다시 출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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