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등 고율관세 부과 주장도
中, 美 국채 투매 등 보복 검토
美, 日과 공동대응 논의할 듯
中-美日 대립 격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현지시간 20일)이 코앞에 닥치면서 통상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이어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도 중국을 ‘최대 보호무역국가’로 지칭하며 실력 행사를 예고했고, 이에 중국은 국채투매, 미국산 농산물 수입중단 등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자칫 심각한 수준의 ‘경제 대전’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차기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을 주도할 로스 내정자는 18일 상원 상무ㆍ과학ㆍ교통위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은 자유무역을 실천하기보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나라”라며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 옹호자를 자처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간접 비난했다. 그는 또 “중국은 세계 최대 보호무역국가이며 글로벌 경제를 해치는 주요국”이라고 날을 세웠다.
로스 내정자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놓은 선동적 공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실력행사를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무역을 지지하지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무역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스 내정자는 이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미국에 손해를 주는) 악의적 무역행위, 교역국 정부의 사업체 소유와 생산보조금 지급 행위를 참지 않아야 한다”며 “철강과 알루미늄 부문의 덤핑을 막기 위해 고율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경우 100% 패배가 예상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관세 부과 대신 WTO도 금지한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겠다는 뜻이다.
미중 간 통상대립이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번져 결과적으로 중국과 미일 동맹 사이의 대립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경제보복 방안으로 거론하는 미국 국채 투매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이 보유 중인 1조달러가 넘는 국채 일부를 투매해 미국 금융시장을 흔들 경우 일본 정부가 안전판으로 나서 충격을 흡수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일부에서는 미국이 위안화의 안정성을 위협해 중국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심리적 안정선인 ‘외환보유액 3조달러ㆍ미국 국채 1조달러’선을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공세에 중국 정부는 미중 간 충돌이 양측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쑨지원(孫繼文) 상무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 사실은 미중 간에 경제ㆍ무역분야에서 화합은 양측의 이익으로 이어지고 전쟁은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미중 양국이 정면대결하게 되면 양패구상(兩敗俱傷ㆍ쌍방이 실패하고 큰 상처를 입음)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화권 언론에선 무역전쟁에 대비한 중국 정부의 보복 카드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레스터 로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정책위원장과 선젠광(沈建光) 홍콩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통상전쟁 발발시 반덤핑ㆍ보조금 상계관세 부과나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 미국 국채 매각, 항공기ㆍ자동차ㆍ농산물 수입 제한 등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을 통해 “거만한 트럼프 진영은 중국의 보복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듯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에 나선다면 설령 더 큰 손실을 보더라도 중국은 보복을 주저하지 않고 끌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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