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후에도 미국의 ‘핵심가치’가 위협당할 경우 주저없이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 대통령 취임식을 이틀 앞두고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우려 메시지를 전했다. 퇴임 후 계획과 관련, 그는 “당분간 글을 쓰고 무엇보다 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도 핵심가치가 위협당할 경우 발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대외 발언을 해야 할 사안에 대해 “투표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지거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제도적인 시도가 있거나 미국에서 자라 사실상 미국인 아이들이 체포돼 다른 곳으로 쫓겨나거나 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미국 핵심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후보 시절부터 언론과 불화하며 최근 백악관 밖으로 브리핑룸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검토했던 트럼프의 언론관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주의자여야 한다”라며 “당신들이 백악관 안에 있어서 우리들은 정직할 수 있고 일을 더 잘할 수 있었다”고 감사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러시아와 핵 감축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한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에 반대를 표시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서는 기존의‘두 국가 해법’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외정책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퇴임을 목전에 둔 오바마 대통령이 측근들을 각종 위원회에 무더기로 임명해 ‘대못박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각각 존 F 케네디 센터 이사로 지명된 데 이어 은퇴한 농구스타 압둘 자바와 트럼프 당선인에 비판적인 체조선수 가브리엘 더그라스 등도 대통령 건강 스포츠ㆍ영양 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내정됐다. 대부분 무급이기는 하지만 임기가 4년 이상인 이들 직책은 영향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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