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연 초대 받은 소도시 택배원
“트럼프는 지역 산업 살려줄 희망”
“20일은 시작일 뿐입니다.”
18일(현지시간)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집회의 마무리 준비에 한창이던 시민단체 ‘1월 20일을 붕괴시키자’(#DisruptJ20)의 레이시 맥컬리 대변인은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 단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20일)에 맞춰 워싱턴에서 반(反)트럼프 시위를 예고한 수십 곳의 시민단체 중 최대 조직이다. 맥컬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의 뜻을 밝힌 동료들이 속속 워싱턴에 도착하고 있다”며 “20일은 우리가 앞으로 수년간 이어나갈 저항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될 것”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취임 행사를 보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다. 취임식장인 의사당 건물을 중심으로 최대 90만명의 군중이 운집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사상 어느 때보다 찬반 분열이 극심한 대통령의 등장으로 트럼프 지지자 및 반대 시위자들이 한데 몰려들면서, 취임식날 워싱턴은 지난해 11월 대선 갈등을 그대로 재현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월 20일을 붕괴시키자’ 뿐 아니라 ‘저항을 시작하라’(Inaugurate the resistance), ‘취임식을 점거하라’(Occupy Inauguration) 등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결한 반 트럼프 단체들이 대규모 저항 행진을 위해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에 집회 허가를 요청했다. 흑인인권, 기후변화, 여성주의 등 시위의 주제의식도 다양하다. NPS의 마이클 리터스트 대변인은 이에 “과거 4, 5건에 머물던 수정헌법 제1조(언론ㆍ종교ㆍ집회의 자유 규정 조항) 신청서가 올해는 이미 20건을 넘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반대 진영 못지않게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도 취임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남부에 위치한 인구 1,000명의 소도시 스토닝턴에서 택배 배달원으로 일하는 셰인 부베(24)도 그 중 한 명이다. 부베는 자신을 “작은 마을의 블루칼라 노동자”라고 소개하는 평범한 시민이지만, 대선 당시 일리노이주 트럼프 캠페인의 SNS 홍보에 기여한 이력을 인정받아 20일 워싱턴 근교 MGM 내셔널 하버에서 열리는 피로연에 초대받았다. 그는 “트럼프는 우리 지역 산업에 활기를 되찾아 줄 희망”이라며 “내 생애 가장 큰 행사가 될 취임식 연회를 위해 주변에서 구두와 정장도 기부해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워싱턴 시내에 취임식 열기가 들끓는 가운데 백악관도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대통령 집무실 내 카펫과 소파, 개인 사진을 걸어 둘 위치까지 백악관과 세세하게 조율 중이라고 미 CBS뉴스는 보도했다. 결정 사항에 따라 백악관 직원들은 20일 단 5~6시간 동안 급히 내부를 재단장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는 오전 11시까지 관내를 그대로 유지한 후,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오후 4시 30분쯤까지 허락된 시간이다.
한편 모든 행사의 주인공인 트럼프 당선인은 18일 취재진을 최대한 멀리한 채 돌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뉴욕에서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 오후 9시 30분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을 깜짝 방문해 취재진 출입을 막은 채 취임식을 준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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