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소신 있는 결정” 대 “재벌 앞에서 법원도 어쩔 수 없다”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특히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무차별로 쏟아진 조롱과 인신공격성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각에 박수를 보내는 여론은 ‘조 판사의 소신’에 주목한다.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 등 소명 정도가 구속을 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조 부장판사의 기각 사유에 비춰,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원칙에 따른 소신 있는 판사라는 얘기다.
비판 여론도 거세다. “국민 법 감정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결정”, “법원이 여전히 삼성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이 드러났다” 등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사법부 판단은 돈이 실력임을 입증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조 부장판사를 향한, ‘마녀사냥’ 식 비난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 조 부장판사의 전례들을 들어 “친(親)재벌적 기각 결정”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삼성에 취업해 돈 방석에 앉을 것”이라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조 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다“, “(조 판사)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다” 등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이 도배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조 부장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주말에 (법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쏟아지면서 일상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판사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맹목적인 분노가 터져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판사에 대한 마녀사냥 식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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