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오래 토론회서 탄핵정국 비판
탄핵 국면 직전 국무총리에 내정됐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오랜 침묵을 깨고 탄핵 및 조기 대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평소 소신인 개헌에 대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교수는 17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포럼 오래(이사장 함승희)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 정기 토론회에 참석해 “최순실 게이트로 우리 정치권에게 주어진 과제는 대통령 탄핵과 국정 안정, 미래를 위한 개헌 3가지였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국회는 촛불시위로 가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만 했다”고 탄핵정국과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사회는 고장 난 자동차”라고 규정하면서 “운전자를 아무리 바꿔도 제대로 운전할 수 없고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평소 자신의 소신인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를 상세하게 설명한 뒤 “서로 자기가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가 운전해도 마찬가지”라면서 대통령제에 기반한 대선 정국을 비판했다.
총리 내정자 신분에서 고배를 마신 김 교수는 탄핵 국면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숨기지 않았다. 김 교수는 “여당은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을 출당시키거나 신당을 창당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비판하면서 “국회는 국가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라고 한다면 한심한 정치”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스스로 총리를 추대하지 않은 국회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뭐라도 하려고 하면 ‘왜 오버하나’라면서 못하게 한다”고 정치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탄핵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시각도 있다”면서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억눌린 정치 참여 욕구의 분출로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만약 총리가 됐다면 어떤 식으로 정부를 운영하려 했는가’라는 질문에 “모두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만 얘기하지 시장 개혁, 교육 개혁 등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서 “현장의 문제를 솔직히 드러내고 여야가 답을 내 놓도록 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포럼 오래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이끌고 있는 민간 포럼으로, 2008년 발족 이후 사회 현안을 주제로 전문가와 토론을 벌여 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록한 각계 원로들이 참석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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