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다만 박 대통령과 구체적으로 공모를 하거나 이 부회장을 협박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9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 회장 퇴진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7월 이미경 부회장에게 퇴진을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서 2013년 7월 청와대 본관에서 ‘CJ가 걱정된다,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변호인은 이후 조 전 수석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손경식 회장을 만나 그 같은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손 회장과 통화한 것도 인정했다.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은 비서관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정상적인 방법으로 업무처리를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CJ그룹이 걱정되고 이 부회장이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협박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라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협박 의도가 없었다는 근거로 조 전 수석이 손 회장과 예전부터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손 회장은 조 전 수석의 고교 대선배로 이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협박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며 “대통령 의도를 적법한 수준에서 이행하는 것으로 믿고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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