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 직전 마지막으로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악관 출입기자단과 미국 국민에게 작별 인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지나친 정책 변화를 우려하면서도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며 지지자를 안심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열린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이 있음으로 인해 이곳이 더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주길 바란다”고 기자들을 격려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11일 기자회견에서 CNN을 “가짜 뉴스 네트워크”라고 비판하는 등 노골적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는 이날 “만일 자신을 비판한 특정 언론이나 기자를 공격한다면 당신(트럼프 당선인)은 공동의 저항 전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기자단(The Press Corps)’ 명의의 공개서한을 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급격한 외교 정책 전환을 우려했다. 그는 핵무기 감축을 대가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에 대해 “러시아 제재는 애초에 우크라이나 점령과 크림반도 병합 때문에 결정된 것”이라며 “미국의 이익은 물론 국제규범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재가 왜 설정됐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도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우리의 행동에는 거대한 대가와 파문이 따른다”며 “새 대통령이 자신의 결정을 충분히 숙고했는지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스라엘 정착촌 제재에 대해서는 “어느 진영에도 우리의 해법(두 국가 해법)을 강요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처럼 (요르단강 서안 지구) 점령이 장기화된다면 결국 수백만명이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하나의 국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키리크스에 군 기밀을 유출한 첼시 매닝의 징역형을 35년에서 7년으로 감형한 결정을 우려하는 공화당 측의 비판에 대해서는 “나는 정의가 이미 실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이후 “글을 쓰고 싶다. 조용히 지내면서 말을 아끼겠다”고 했지만 “우리의 핵심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면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법 이민자 추방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을 문서에 없다는 이유로 추방하는 것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미국의 핵심 가치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도 남겼다. 두 딸인 사샤와 말리아가 대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와 미셸(부인)은 희망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세상의 끝이 온 것이 아니다”며 “나 또한 모든 사람들처럼 홀로 있을 때는 화가 나거나 좌절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우리가 괜찮을 거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굿 럭(행운을 빈다)”이란 말을 기자들에게, 그리고 미국 국민에게 남기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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