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물론,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을 향한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4시54분쯤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기각 결정과 함께 곧바로 귀가했다.
앞서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16일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5년 8월 삼성이 최씨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맺은 213억원대 계약(실제 송금은 80억여원)을 비롯,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2015년 10월~2016년 1월), 최씨 조카인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여원(2015년 10월~2016년 3월) 등이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검의 결론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 공유 관계’에 있고,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자금은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에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합병에 찬성토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그룹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박 대통령이 결정적 도움을 제공해 줬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특검이 향후 수사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검은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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